[아주초대석] 기동민 "與, 정책 역량·리더십 더 성숙해야"

2017-06-0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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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야당때 후보실각이 곧 지상명령…얼마나 독했나

10중 8은 양보해야 결정적 의제서 협치 이끌어낼 수 있어

與 정책역량 등 부족…당청관계 조율 못하면 국민 외면

정책개발은 물론 민심 흐름 읽는 싱크탱크 재구축 진력"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대담=주진 정치부 팀장
정리=김혜란·장은영 기자

'초선답지 않은 초선'이다. '김근태계', '박원순 키즈(Kids)'로 불리지만 계파색은 옅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이같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거물급 정치인들과 인연을 맺고 청와대, 정부, 서울시를 두루 거치며 폭넓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기 의원의 정치적 뿌리는 고(故) 김근태 의원이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문재인 대통령까지 '거물들' 곁에서 그들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했다.

그는 김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김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하자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따라들어가 국정 경험을 쌓았다. 이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1기 시정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박지원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던 때 특보를 지내며 현실 정치를 배웠다. 19대 대선 과정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수행실장으로 '문재인의 안전벨트'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제는 '제3기 민주정부'를 출범시킨 여당 의원이 됐다.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 기 의원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여당의원으로서 고민을 털어놨다. 

기 의원은 "새로운 시대의 여당은 엄청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가령 여당이 100을 하려고 원내에서 악을 쓰고 투쟁한다면 그로 인한 국민적 피로감은 어떻게 하느냐. 여당은 양보하고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청와대에) 무조건 충성하는 여당 의원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를 향해선 "정책 역량도, 지도부의 리더십도 훨씬 더 성숙해야 한다"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그는 '운동권식 정치'와 거리를 두고 정당 정치가 성숙한 단계로 들어서기 위한 민주당과 자신의 역할을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은 항상 뜨거웠다.
유세 현장에 가면 참석자 중 남성이 20~30%가 안 되고 나머지는 모두 여성이다. 마치 콘서트장에서 10대 소녀가 아이돌을 보는 눈빛으로 문 대통령을 바라본다. 문 대통령은 그런 대중의 열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사람들의 눈빛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정권교체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희망이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해명이 될까. 인간 자체가 주는 매력이 있는 거다. 내가 안 힘드시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사람들이 사랑해주는데 얼마나 큰 영광입니까. 이게 무슨 대수입니까"라고 하더라. 누가 문재인이 아마추어라고 했는가(웃음)

-대중과의 소통 능력은 박원순 서울시장도 뛰어나다. 두 사람의 리더십을 비교한다면.
박 시장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시민과 잘 어울린다. 현장에 가면 누가 시장이고 누가 시민인지 구분이 잘 안 될 정도다. 박 시장은 완벽한 생활 리더십의 전형이다. 밑에서부터 단련돼 온 내공이 행정 경험과 맞물려 폭발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크다.

만약 대선이 정상적으로 12월에 치러졌다면 (문 대통령보다) 박 시장이 더 부각됐을 거다. 그러나 박 시장은 시대의 흐름을 잡지 못했다. 이번엔 정권교체가 압도적 대세였고 정권교체를 위해 새로운 주장과 대안보다는 검증된, 익숙한 사람이 더 공고한 지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 번도 흔들려 본 적이 없다. '반기문 바람', '안철수 상승세' 속에서도 확실한 자기의 지지기반을 가지고 지지율이 안정적인 사람은 문재인밖에 없었다. (19대 대선 때는) 문 대통령의 시운(時運)이 아주 셌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 도전할 것이라고 보나.
=모르겠다. 3선의 길로 간다면 장점과 한계가 분명하다. 서울시장, 행정가의 이미지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선 서울시장 3선하는 순간 대권의 꿈이 날아간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인은 본인의 강점을 가지고 승부해야 한다. 약점은 보완하는거다. 그리고 정체성을 바꾸기는 어렵다. 오로지 본인의 선택이다.

-야당 의원 1년여만에 여당 의원이 됐다. 여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구상은. 
=시대가 변했다. 독식을 못한다. 모든 것을 나눠야 한다. 권력 나눠먹기 차원이 아니라 국민과 권력을 공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야당을 고립시키고 포위하는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첫 행보로 야당 당사를 찾았던 그 마음과 기조가 5년 내내 이어져야 된다. 국민적 정당성과 명분이 있다면 야당에 고개 숙이는 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정치는 타협하고 양보하는 거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예를 들어 우리는 100을 하고 싶은데, 100에 모든 국민이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100을 하지 못해 파생되는 국민적 리스크를 줄이는 게 중요하지, 여당이 100을 하려고 악쓰고 투쟁한다면 그로 인한 국민적 피로감은 어떻게 하느냐. 그것을 감당하는 게 여당의 몫이다. 여당은 양보하고 뒤로 물러서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만 이기면 된다. 10개가 있으면 여당 지도부는 그중 8개는 져 줘야 한다. 1~2개만 이기면 된다. (-뭘 져야 하나) 대체적인 의제라든지, 정치 협상의 방식, 형식 문제 충분히 야당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인사청문회 인준 과정이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우리도 야당 시절 얼마나 독하게 했는가. 내각 후보자 한명 명 끌어내리는 게 지상 명령이었다. 지금 야당 저러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다. 야당이 지금 국면에서 덥석 손잡고 인준 통과시키면 당내에서 죽는다. 지금 당내 정치를 하는 거다. 그 상태를 존중하고 내버려둬야 한다. 다소 천천히 가더라도 그래야 야당도 또 끌려온다. 법안 몇 개 늦게 통과된다고 나라가 망하는 건 아니다. 될 때까지 야당을 찾아가 설명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국민이 보고 싶어 한다. 국민이 '여당이 저렇게까지 했는데, 야당은 엔간히 하라'는 말 나올 때까지 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여당은 엄청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때로는 야당을 압박하고 싸우는 전술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여당 원내대표는 아무리 화가 나도 (야당에) 바짝 엎드려야 나라와 백성이 편안하다.

-여당이 당청관계를 잘 이끌 수 있을까.
=여당이 대통령의 철학을 따라갈지 잘 모르겠다. 민주당 정부라고 얘기하지만, 그러려면 민주당이 준비가 잘 돼 있어야 한다. (-준비가 잘 안 되어 있다고 보는가) 부분적으로 준비, 부분적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점이 부족한가) 정책 역량도 그렇고 리더십 부문에서도 훨씬 더 성숙해야 한다. 초기에 당청간 인사권 갈등을 내비치는 것은, 지금은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서 그냥 넘어가지만 국민 눈엔 최악이다. 잠재적 불안 요소다. 자중하고 또 자중해야 한다.

-당 쇄신, 혁신 방안은.
=여의도 연구원을 능가하는 여당의 싱크탱크 구축에 진력을 다해야 한다. 거기에서 정책만 개발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 생각의 흐름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금 이 시기에 당 지도부는 어떤 의제와 어젠더로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끊임없는 연구와 보고서가 올라와야 한다. 개혁 진영의 정책적 방향과 현실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제안 부분까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재구축돼야 한다. 그래야 대등한 당청 관계를 이뤄낼 수 있는 우리의 현실적 토대가 구축된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현재는 국회의원 중심의 개인 정당이다. '정당'이 국민 속에 뿌리내리려면 그러한 정책 연구 기능을 활성화하고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의제를 개발해야 한다. 당의 힘으로 집권했다기보다는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 때문에, 야당 대표인 민주당이 집권한 것이다. 여당이 확실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은 오히려 어렵다.

-일자리, 노동, 복지 등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어떻게 이루느냐에 문재인 정권의 성패가 걸려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추진했던 재계, 노동계와의 사회적 대타협, 이른바 '뉴딜'은 여전히 유효한 수단이다. 일자리도 결국 대타협의 일환이다. 국회에서 사회적 대타협의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하고,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는지, 이런 과제에 집중하고 싶다.

-의정 활동 계획과 목표는.
=지역구, 의정활동은 기본이다. 그걸로 잘했다고 얘기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거기에 '플러스알파'를 해야 한다. 그게 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여당 초선의원 된 지 아직 20일밖에 안 돼서 어색하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당시)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고성을 칠 때 예전 같으면 같이 큰소리를 냈을 텐데(그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맹목 충성하는 여당 의원은 하고 싶지 않다. 새로운 길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가르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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