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아이돌 그룹 빅뱅의 오랜 팬인 대학생 홍모씨(23·여)는 지난해 10월 빅뱅의 데뷔 10주년 바이닐(LP, Long Playing) 한정판을 구매했다.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다운받아 들을 수 있는 MP3 파일이 익숙하지만 소장성과 희소성의 측면에서 LP의 가치가 높다는 것이 홍씨의 생각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풍미했던 LP 음반이 국내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 LP 음반 시대를 살았던 현재 중장년층뿐 아니라 문화 콘텐츠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층에서의 관심도 높아 일시적인 붐 현상을 넘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 받고 있다.
국내 한 음반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국내 LP 판매량은 총 28만여 장으로 추산되며, 전체 음반 시장에서 LP가 차지하는 규모는 약 9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업체의 경우 최근 3~4년 동안 매년 15~20% 정도 늘어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P 판매 호황은 중장년층이 선도하는 아날로그 향수로 인한 특수도 있지만, 10대와 20대로 소비계층이 확대된 부분도 있다. 현재의 호황을 유지하려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LP 음반 판매량은 3200만장으로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판매량 500만장과 비교하면 600% 이상 급성장한 수치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2004년 생산라인을 중단한 서라벌 레코드 이후 13년 만에 국내 유일의 LP 제작 공장 ‘바이닐 팩토리’가 지난 1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보통 체코나 독일 등 해외 LP 제작 공장을 통해 수입됐던 유통 흐름도 한결 개선될 것으로 음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바이닐 팩토리’를 기획한 마장뮤직앤픽처스의 박종명 마케팅 이사는 “해외 제작 LP의 경우 우리나라로 배송되기까지 5~6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국내 제작은 3~4주 안에 구매자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 비용이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