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정의도 좋지만 냉혹한 시장논리 인정해야

2017-06-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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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 CEO인사이트]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정의도 좋지만 냉혹한 시장논리 인정해야

[사진=김두영]






CEO인사이트

김두영 에델만부사장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 시장이 끓어오르고 있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대통령 취임 이후 ‘문비어천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폭등 데자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하늘이 두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고 공언하며 ‘버블 세븐’의 신조어도 만들어냈으나, 5년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63.7%(부동산114 자료) 올랐다. 참패였다.
참여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며 “법과 제도를 통해 이 땅에 다시는 부동산 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당시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린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저금리였다. 1년에 종합부동산세를 2000만~3000만원 내고, 4억~5억원을 대출받아 이자를 1200만~1500만원을 내도, 아파트 가격이 2억~3억원 오르는데 누가 세금과 이자를 두려워하겠는가.
국부마취를 통해 환부만을 잘라내는 ‘미시적 금융정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신마취를 통해 병의 근본을 제거하는 수술에 나서는 ‘거시적 세금정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단순하지만 냉혹한 시장논리를 외면하고 ‘정의’만을 부르짖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도 참여정부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이 올해 금리를 2차례 더 올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매입한 4조5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매각을 시작하겠다고 밝히지만 “그 속도는 짜증날 정도로 더딜 것”이라고 말한다. 당분간 글로벌 유동성은 충분히 공급될 것이며, 이는 글로벌 경제의 변방인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당분간 쉽지 않다는 의미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가 적어도 1%포인트는 올라야 영향을 준다”며 금리인상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저금리가 한동안 더 유지될 이라는 점을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선거 직후 역사 교과서, 세월호 사건, 4대강 감사, 검찰 인사 등에 대한 대통령의 메가톤급 발표가 쏟아졌지만 부동산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부동산 시장은 안심하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내년부터 시행돼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말하면, “내년부터는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테니 미리 사야 한다”며 정반대로 해석한다. 투자자들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하는 ‘시장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버블 형성기의 전형적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가계부채 총량제 실시, 소득과 부채총액을 고려하는 DSR 도입을 약속했다. 하지만 DSR 도입은 아무리 빨라야 내년이며, 이때쯤이면 한참 뒷북이다.
법과 제도도 좋지만, 대통령의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메시지'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섬세함과 정교한 국정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연간 수십조원의 예산을 저출산에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은 보건·복지 정책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취업이 어렵고, 집값과 사교육비가 비정상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정부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야 한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행동에 나설 것이다.” 대통령의 이 말 한 마디면 충분하다.
선거 이후 하루하루 치솟는 집값을 보면서 대통령을 열렬하게 지지했던 2040세대는 후회의 한숨을 내쉴지 모른다. 내가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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