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정치권이 요구하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환원(강화)과 금융당국이 주장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이 마찰을 빚고 있다.
2014년 완화된 LTV와 DTI는 현재까지 두 번의 완화 조치가 이뤄졌고, 오는 7월 말 종료된다. 효력이 한 달가량 남은 상황에서 새 정부는 이를 환원시켜 대출을 조이겠다는 의지다. 반면 금융당국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하면 DTI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0일 "LTV·DTI 규제를 완화시킨 것이 지금의 가계부채 증가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LTV와 DTI 환원 이슈는 매년 가계부채가 고점을 찍을 때마다 쟁점이 되어왔던 사안이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 작년 2월 은행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시작으로 8·25 가계부채 종합대책, 11·3 부동산 대책 등 잇따른 정책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올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359조원을 웃돌며 '가계빚 1400조원' 시대로 질주하고 있다.
문제는 LTV·DTI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폭증에 기름을 부었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4년 LTV·DTI가 완화된 뒤 한 달 만에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3배 이상 급증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완화 조치 시행 4개월 만에 다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한국이 DTI 한도 규제를 점진적으로 30~50%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LTV와 DTI를 아직 환원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올해 초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DTI를 60%로 유지하겠다"면서 "가계부채는 소득, 금리, 부동산시장 상황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융 정책으로만 해결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당국이 환원에 반대하는 것은 DTI를 유지하되 보다 깐깐한 DSR을 도입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국은 지난 25일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LTV·DTI 규제 환원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직까지는 새 정부가 LTV·DTI 손보기에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섣불리 환원 조치를 꺼내들었다가는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거나 정상적인 대출 수요자마저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에서도 DSR 도입은 제시되었지만 LTV·DTI 조정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금융권 관계자는 "김현미 후보자가 LTV·DTI를 비판하고 나선 데는 과열양상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규제의 칼을 빼들겠다는 새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