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짧은 여름과 긴 겨울의 '알래스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경영전쟁터(Battle Field)를 '아프리카의 초원'으로 옮기겠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딥 체인지(Deep Change) 2.0'을 천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준 총괄 사장을 비롯해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지동섭 SK루브리컨츠 사장,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 송진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 등 SK이노베이션 계열 사장과 각 본부장들이 참여했다.
딥 체인지는 성장 정체에 빠진 SK그룹 및 각 자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강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김준 사장은 그동안 딥 체인지 1.0를 통해 새로운 성장을 위한 체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딥 체인지를 통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과 올해 1분기 조 단위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2014년 말 8조원에 육박하던 순 차입금을 1조원 미만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김준 사장은 새로운 딥 체인지 2.0의 방향으로 '안 하던 것을 새롭게 잘 하는 것'과 '잘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잘 하는 것'을 제시했다. 사업 및 수익구조를 아프리카 초원에 적합하게 탈바꿈 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안 하던 것을 새롭게 잘 하는' 차원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배터리 및 화학 분야를 꼽았다.
김준 사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배터리와 화학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딥 체인지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글로벌 넘버 원(No.1)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투자를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을 지속 성장이 가능한 구조로 변화 시키겠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를 포함한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25GWh에서 2020년 110GWh로, 2025년에는 350~1000GWh로 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시장 상황 및 수주 현황을 반영해 생산량을 지난해 말 기준 1.1GWh 수준에서 2020년 10GWh로 늘린 뒤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1회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18년까지 개발하고 2020년 초까지 700㎞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를 만들기로 했다.
화학 사업의 경우 중국 및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사업구조를 고부가 분야인 포장재(Packaging) 및 자동차(Automotive)용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전략을 통해 SK종합화학을 글로벌 10위권의 화학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석유와 윤활유, 석유개발(E&P) 등 기존 사업의 경우 글로벌 파트너링을 확대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추가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석유사업은 동북아, 동남아, 중동을 연결하는 이른바 '3동(東)' 시장에서 생산 및 마케팅, 트레이딩 연계 모델을 개발하고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구체화하기로 했다. 특히 동북아에서는 원유 공동 조달(Sourcing) 및 반제품 교환(Swap) 등 수급 분야에서 협력 모델을 찾고 북미에서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것도 추진할 예정이다.
윤활유사업의 경우 고급 윤활유 핵심 원료인 그룹Ⅲ 기유 시장에서의 글로벌 1위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해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수익구조 개선도 함께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석유개발사업은 저유가로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사업기회가 존재하는 만큼 전통자원을 베트남과 중국 중심으로, 비전통자원은 북미에서 균형 잡힌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딥 체인지는 에너지·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플러스 알파(+α)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며 "에너지·화학 중심 포트폴리오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위해 현재의 딥 체인지도 새로운 딥 체인지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