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경제공백]위장전입·다운계약서 의혹…재벌 저격수 ‘도덕성’에 치명타

2017-05-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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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현상철 기자 =공정거래위원장 내정과 동시에 재벌개혁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 존재감을 드러낸 김상조 후보자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가시밭길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해 온 ‘5대 비리 고위공직자 임용 배제 원칙’에 해당하는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공정위원장 적임자로 평가받으면서 대기업을 바짝 긴장시켰고, ‘경제검찰’의 위상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청문회를 나흘 앞둔 시점에서 정작 통과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재벌저격수의 화려한 출정식·· ·내정되자마자 재벌개혁 시동

김 후보자는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장 내정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속된 표현으로 때려잡겠다는 게 아니라, 현행법을 집행할 때 4대 그룹 사안이면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다소 완화된 표현이지만 ‘재벌저격수’라는 그의 별명처럼 김 후보자의 발언은 일제히 재계를 긴장시켰다.

그는 "깨진 한국경제의 공정한 질서와 왜곡된 기업생태계를 바로잡기 위해 재벌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취임 후 첫 타깃을 가맹점‧대리점 거래 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 후보자의 공정위원장 내정은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벌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재벌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던 문 대통령의 원칙을 실현시키는 데 김 후보자가 사실상 선봉장을 맡은 셈이다. 예전 공정위의 조사국 역할을 담당할 기업집단국 신설은 재벌개혁 시작을 알리는 마침표 격이었다.

그의 발언 역시 ‘재벌저격수’로서의 존재감과 본인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줬고, 새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닿아 있어 정책추진에 확실한 동력이 담보된 상황이다.

특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각 의원실에 제출한 청문회 답변자료를 통해 그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에 과징금 같은 금전적 제재를 강화하고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 가맹본부 보복조치 금지 규정 신설 등을 밝혀 재벌개혁에 군불을 땠다.

인사청문회에서도 대기업을 얼마나 죄야 하느냐, 경제부문에 대기업의 경영위축 정도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느냐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20여년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매진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그의 경력을 볼 때 이런 정책검증 위주의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발목 잡은 ‘위장전입’의 늪··· 재벌개혁 어디로

암초는 예측하기 힘들었던 부문에서 발견됐다. 김 후보자가 두 차례에 걸쳐 위장 전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사청문회 통과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위장전입은 문재인 정부가 고위공무원으로 들이지 않겠다고 한 ‘5대(위장전입‧병역면탈‧논문표절‧부동산투기‧탈세) 인사 원칙’ 중 하나다.

새 정부 들어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은 야당이 ‘중대한 결격사유’로 여기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도 위장전입 논란에 야당의 공세가 집중돼 곤욕을 치렀다.

김 후보자는 1997년, 2004년 각각 17일과 6개월간 위장전입을 했다. 배우자가 지방 전근 문제로 자녀를 친척집에 맡겨놓기 위해 주민등록을 잠시 옮긴 기간(17일)과 미국 연수 때 우편물 수령 목적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기간(6개월)이다.

이에 대해 그는 법 위반 목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당은 청문회 전부터 이유를 떠나 위장전입은 관련법 위반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과거 아파트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단 김 후보자가 다운계약서를 작성할 당시엔,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법제화되지 않아 위법 행위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999년 2월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아파트를 실제론 1억7000만원 가량을 주고 매입했지만, 계약서에는 5000만원에 거래한 것으로 기록했다고 정무위 관계자는 전했다.

여기에 한 매체가 김 후보자에 대해 논문 자기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정책검증 위주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상치 못한 각종 ‘의혹복병’을 만나면서 야당의 집중적인 도덕성 검증도 예고하게 된 것이다.

◆청문회 문턱 넘어도 산적한 과제

가까스로 청문회 벽을 넘는다 해도 도덕성 논란의 꼬리표는 여전히 부담이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 추진 명분이 상처를 받아 추진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논란과 의혹을 안고 있는 공정위원장이 ‘공정한 시장경제’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집단국’ 부활로 재벌개혁이 ‘기업 길들이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데 대해서도 명확한 선긋기가 필요하다. 개혁대상에 포함되는 상위그룹이 ‘4대’인지, ‘6대’인지를 두고 재계를 한동안 뒤숭숭하게 만들기도 했다.

경제검찰의 수장이 ‘재벌‧대기업’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주장과, 반대로 당초보다 재벌개혁 의지가 후퇴했다는 엇갈린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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