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새 정부가 가계부채 뇌관을 제대로 짚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 수치에만 집착해 '총량 규제' 등으로 가계빚을 틀어막아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9일 "가계부채의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취약차주에 대한 세밀한 대책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밝혔다.<관련기사 4면>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359조7000억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 1400조원' 시대로 폭주하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150% 총량관리제'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양'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연체율이나 BIS 비율 등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수준이나 취약차주들은 부진한 고용과 저소득으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취약차주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등급 7~10등급) 또는 저소득(소득 하위 30%)인 사람들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취약차주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146만명이고, 이들이 받은 대출금은 약 78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가계대출의 6.4%(차주 수 기준 8.0%)에 이르는 수준이다.
문제는 취약차주 대출 대부분이 비은행금융기관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 때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막겠다면서 은행의 대출 문턱을 무턱대고 높인 결과,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받아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최근 사잇돌 대출이나 서민대상 정책상품에 대한 한도를 확대하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과거 정부와 큰 차이가 없을뿐더러 결국 나랏돈에 의존하는 방식이어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가 임기 초반 가계부채 해결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어떻게든 증가세를 잡을 것이다"면서 "가계부채를 틀어막더라도 돈이 필요한 취약계층은 어떻게든 대출을 받으려고 할 텐데 언제까지 정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