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 [인터뷰①]에 이어 계속 ◀ 바로가기
이하늬는 배우, 가야금 연주자 뿐 아니라 MC로도 활약한다. 특히 국내를 대표하는 뷰티 프로그램인 ‘겟잇뷰티’를 4년 째 이끌어오고 있으며 여성 시청자들에게도 워너비 스타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하늬를 떠올리면 항상 ‘완벽’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어 “절대로 완벽해질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완벽을 기하려고 하지만 완벽해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는 것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야 살겠더라. 완벽하면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대중들이 보는 이하늬는 완벽에 가깝다. 그래서 물었다. 가야금과 연기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먼저 “가야금은 저의 모든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저의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다. 말보다 더 많은 걸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하게 오랫동안 해왔던 거기 때문에 작년에 두 번의 독주회를 하면서 제 한계와 그런 부분들이 너무 많다는 걸 느꼈을 때도 그 밑바닥에도 항상 가야금이 있어서 고맙더라”며 “기다려주는 친구인 느낌이다. 그 연주가 그립기도 하고, 명주실을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하는 작업인데 그게 그리울 때가 있다”고 밝혔다.
또 연기에 대해서는 “악기를 하면서 갈증이 있었는데, 만족해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연기를 만나고 나서 진짜 이거다 싶었다. 내가 평생 이런 감정과 감성을 폭발시켜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온전히 내 모든 몸 자체가 악기가 돼 진실 되게 이야기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한다. 저와는 너무 잘 맞고 특히 연기가 공동 작업이라 더 매력 있는 것 같다. 되게 즐거운 일이다. 그걸 아낌없이, 몸이 부서져서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애정을 보였다.
이어 그는 “제가 가야금을 하면 연기를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야금을 멈췄어야 했다. 그건 제 내면의 소리였다기 보다 다른 사람의 노력이었다. 제가 그걸 응답한 건 무지와 두려움이었지만 그럴 때 혼적인 걸 쏟아내지 못해서 벽에 낙서라도 해야 하는 사람이란 걸 그때 알았다”며 “표현하고 집중하고 그걸 온전히 내 모든 걸 받치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걸 하지 못하니까 진짜 망가지더라. 그걸 쏟아내게끔 내버려둬야 한다. 나는 그런 유형의 인간이었다. 가야금이 꿈이었던 사람이라서 그게 바뀌지는 않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하늬는 인터뷰 도중 지난해 슬럼프에 빠졌던 경험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씩씩하게 극복했다. 그는 “제가 지난해 진짜 너무 멘탈이 안 좋았을 때가 있었다. 무너진 멘탈을 갖고 이탈리아에 도망치듯이 간 적이 있는데, 만족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행복하겠냐 싶더라”며 “배우라는 게 누군가를 대변해 이야기하고 어떤 에너지를 받아서 좋은 에너지를 흘려보내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직업을 갖고 있는데 안 좋은 파장을 갖고 내가 사람을 만난다고 한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좋은 연기를 하고 겉이 아름다운들 무슨 아름다움이 있을까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좋은 시간과 좋은 배우가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부딪히기도 하고 그 안에서도 지혜가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30대 중반이 된 이하늬는 여배우로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연한 것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하늬는 “요새는 여배우 작품들이 없긴 하다. 그러나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꿋꿋이 버티는 시간들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그게 짧을 수도 있고 길수도 있지만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기 때문에 내 시간을 쏟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작품을 기다리는 것도 내 임무 중의 하나라 생각한다”고 속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하늬는 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했다. 그런 긍정의 에너지를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게 어떻게 보면 이하늬가 품는 사명감 중에 하나일지 모른다. 그는 “배우는 어떤 것에 갇히지 않고 무한대로 상상력과 규제되지 않는 것들이 필요하다. 저는 이미 누군가의 딸이고 누나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하면 안 되는 행동들도, 아티스트로서는 해야 하는 마음들이 겹칠 때가 있다. 저는 삶이 어떠한 것들로도 거스를 수 없는 어떤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유롬이 있길 바란다”며 “무한대까지 갈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지만 삶은 절제 돼 있는 한층 승화된 작업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 욕정의 발산이 아닌 그런 것들을 잘 다지고 곱씹어서 아주 꾹꾹 눌러 담아서 김치를 담그듯이 많은 것들을 잘 발효 해 승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면서도 아티스트의 자유가 필요한 것 같다. 참 여러 가지에서 고민이 있다”며 깊은 속내를 전했다.
이하늬는 늘 매사에 진지했다. 그 진지함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는 진지함이 아니었다. 하나 하나 모든 걸 신중하게 대했다. 그래서 완벽에 가까운 어떤 것들이 이하늬에게서 탄생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하늬는 늘 궁금하고 기대되는, 아니 될 수밖에 없는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