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서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라고 하면서, 일자리 문제의 중요성과 그 해결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 하겠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야만 일자리 정책의 궁극적인 성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고용률 70%를 목표로 일자리 대책을 강구해 왔지만 일자리 정책의 성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못했고, 오히려 청년·중장년·노년 모든 계층에서 일자리 감소현상과 고용 불안이 증가했다. 이러한 일자리 부족문제는 결국에는 소득감소와 소비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일자리 대책에서 그 성과를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바로 벤처, 스타트업,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못 만든다면 일자리 정책의 성과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중에도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져서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이 대기업 평균임금의 약 62% 수준에 불과, 일자리를 원하고 있는 청년 인재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와 중소기업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먼저 대·중소기업 성과공유제가 확산되고 정착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50% 이상이 대기업과 직·간접적 협력관계에 있는데, 그동안 대기업이 성장하면서 협력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했다면,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대·중소기업 성과공유가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었는가 하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대기업의 하청구조에서 그나마 1, 2차 하청 중소기업들은 어느 정도 대기업의 성장 혜택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그 이하 중소기업들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열악해지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동안 대·중소기업 성과공유제의 확산을 위해 정부가 노력은 해왔지만, 아직도 성과공유는 가시적으로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원가절감을 했다면 이러한 노력의 과실을 중소기업이 수확해야 할 텐데, 만약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에 따른 원가절감을 납품단가 인하로 취해 간다면 중소기업은 기술혁신의 동기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노력에 대한 응당한 대가가 성과공유를 통해 나눠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중소기업도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되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줄어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대·중소기업 성과공유만으로 대·중소기업의 격차가 해소되고 좋은 인력이 중소기업으로 오게 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중소기업 스스로도 직원들이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기업 내에서 금전적·비금전적 성과공유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임금을 당장에는 많이 못 올려주겠지만 직원들과 기업주와 신뢰관계를 더욱 쌓으면서 직원들의 복지 등 처우개선에 힘쓰는 노력을 통해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게 되고 결국에는 회사의 성장으로 나타나서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중소기업의 성과공유가 확산·정착되고 중소기업 내에서도 기업주와 직원들의 신뢰관계가 높아지고 공정한 성과보상이 이뤄지면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경쟁력이 증대될 때, 중소기업에 인재가 몰릴 것이고 일자리 증가의 성과가 크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제 일자리위원회 설치라는 대통령의 1호 업무가 그 성과를 보일 수 있도록 산·관·학이 힘을 합해 새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일자리 정책이 빛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