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가 훨씬 까다로워진다. 무분별한 강제입원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정신보건법 시행 20년 만에 명칭과 내용을 모두 개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재산 다툼이나 가족 갈등을 이유로 정상인을 입원시키는 사례가 많아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 현재 정신병원 입원환자 6만9232명 가운데 61.6%가 강제입원한 경우다. 독일(17%)·영국(13.5%)·이탈리아(12%) 등의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재산을 두고 다투던 딸이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사례에 대해 정신보건법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다만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의 강제입원은 비교적 쉽게 이뤄진다. 도박이나 음주 등으로 환자 자신과 가족이 정신·물질적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자·타해 위험에 해당한다.
정신병 경중과 상관없이 모든 환자를 정신질환자로 규정하던 것도 개선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 기준을 '독립적 일상생활을 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경증 환자는 화장품 제조판매업·장례지도사·말조련사 등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아울러 국가·지역 정신건강 증진계획을 수립하고, 정신질환자 조기발견 등을 위한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은 억울한 강제입원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며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강제입원 제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정신보건 전문가 의견과 사법기관·위원회 등 준사법기관 심사를 거쳐 강제입원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국제연합(UN)도 이를 권고한다.
새법 시행으로 정신질환자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올 것이란 의료계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강제입원은 자·타해 위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그렇지 않은 환자는 자의입원이나 외래 등을 통해 치료를 계속 받도록 한 게 입법 취지"라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