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재단의 수의학부 신설에 정부 부처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매일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건들이 속속 나오자 아베 총리가 궁지에 몰렸다.
2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25일 발매되는 잡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은 정부가 정체불명이라고 깎아내렸던 의혹 문건이 진짜라는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의 인터뷰를 실을 예정이다.
문제의 문건은 앞서 다른 언론의 보도를 통해 공개된 것으로,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이 운영하는 대학에 수의학부 신설을 허용하도록 총리관저(총리실)를 담당하는 내각부와 교육 담당 부처인 문부과학성이 협의를 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문서에는 내각부 관계자가 문부과학성을 압박하며 "관저 최고 레벨이 말하고 있는 것", "총리의 의향이다"고 말했다는 등 아베 총리의 직접 관여를 의심케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문서에 대해 '출처도 모르는 신빙성 없는 문건'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마에카와 전 사무차관은 주간문춘과의 인터뷰에서 문서의 작성자까지 적시하며 문건이 진짜라고 밝히고 나섰다.
그는 "문건은 틀림없이 진짜다. 문부과학상과 나의 설명자료로 담당 고등교육국 전문교육과가 작성했다"며 "작년 9월28일 직원으로부터 문건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수의사의 과도한 증가를 우려해 지난 52년간 수의학과 신설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작년 11월 가케학원이 운영하는 오카야마 이과대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수의학부 신설을 허용하기로 했다.
명분은 오카야마 이과대가 위치한 시코쿠(四國)지역에 수의학부가 없다는 것이지만, 그 배경에 식사와 골프 등을 함께 하는 친구 사이인 아베 총리와 가케학원 이사장 사이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야당 민진당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문건을 이날 공개하기도 했다. '내각부 심의관과의 협의 개요'라는 제목의 이 문서에는 "'안된다'는 선택지는 없다"며 내각부 담당자가 문부과학성을 강하게 압박하는 내용이 구체적인 협의 시간(2016년 9월26일 18시30분~18시55분), 참석자 4명의 이름과 함께 적혀 있었다.
문제가 된 수의학부의 신설 예정지인 아이치(愛知)현에서는 내각부가 이 지역에 수의학부가 신설될 수 있도록 조언을 했다는 발언도 나왔다.
나카무라 도키히로(中村時廣) 아이치현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조개혁특구가 아니라 국가전략특구 쪽으로 신청을 하라'는 조언을 내각부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치현은 과거 15번이나 수의학부 신설을 신청했다가 허가를 얻지 못했지만 조언을 따른 뒤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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