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테러, 자폭테러 방식에 심리적 충격 더해

2017-05-24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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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보안 뚫고 특정 타깃 성공률 키우는 수단
매일 1명꼴 테러관련 혐의 체포에도 자폭테러 막지 못해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테러 사건은 희생자 규모를 차치하고 자살폭탄테러라는 방식에서 심리적 충격의 강도를 한껏 증폭시키고 있다.
자폭 테러는 삼엄한 테러 보안을 뚫고 목표한 타깃에 대한 공격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 할 때 이용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런던 의사당 부근 인도에 승용차 한 축을 올리고 질주해 희생자들을 내고서 경찰에게 칼을 휘두르다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숨진 테러범과는 비교된다.

이언 홉킨스 그레이터맨체스터 경찰서장은 기자회견에서 "범인은 아레나에서 사망했다. 범인이 즉석 폭발 장치를 이용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자폭테러범은 관람객들이 공연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무렵에 매표소 부근에서 폭탄을 터트렸다.

경찰은 사제 폭탄이 이용됐다고 밝혔다. 목격자들은 현장에서 못과 볼트들을 봤다고 전해 범인이 살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못 폭탄'(Neil bomb)을 터트렸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지난 2013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때 테러범들이 못이 가득 담긴 압력솥 폭탄을 사용해 피해를 키운 바 있고,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 자살폭탄테러에서도 사용됐다.

경찰이 범인 신원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범인이 '외로운 늑대'(lone wolf)인지 아니면 시리아 등지에서 돌아온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인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로운 늑대는 통상 극단주의 집단의 선전에 영감을 얻어 스스로 테러를 저지르는 자생 테러범을 일컫는다. 두달 전 런던 승용차 테러는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였다.

자폭 테러는 돌아온 지하디스트, 또는 비록 지하디스트가 아닐지라도 자신의 목숨을 버릴 정도로 결기가 굳건한 극단주의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정황으로 받아들여진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사건 발생 12시간 정도 흐른 23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경찰이 알고 있다고 믿지만, 아직 이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범인이 대테러당국의 감시망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일 수 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테러 감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이 제기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테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불안감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이날 온라인상에 배포한 성명을 통해 "칼리프국가(IS를 가리킴)의 병사가 군중 사이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또 IS 선전매체 아마크통신도 "칼리프국의 병사가 십자군 군중 속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십자군 30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S가 이번 테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홉킨스 경찰서장은 "지금 단계에선 이번 공격이 남성 1명의 소행으로 본다"며 "그의 단독범행인지 조직의 일부분으로 행동했는지 밝히는 게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현장에 공범이 있었던 정황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범행을 지시, 지원, 자극한 공범이나 배후가 있는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앞서 지난 2005년 52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다친 런던 지하철 동시다발 자살폭탄테러처럼 범행동기와 배후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수사가 종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달 전 런던 승용차 테러 역시 범인이 현장에서 사살돼 배후 수사는 성과 없이 끝났다.

아울러 사제 폭탄을 이용한 이른바 '로우 테크' 테러 방식이 대테러 당국에 깊은 고민을 안기고 있다고 BBC와 일간 가디언 등은 지적했다.

영국은 최근 3년간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의 '심각' 단계 테러 경보를 유지했다. 주요 다중장소에 무장경찰 배치를 대폭 늘렸다. 매일 1명 꼴로 테러 관련 혐의로 체포하는 흐름 속에서 이번 자폭 테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jungwoo@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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