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에 칼을 빼들었다. 금융공공기관은 비정규직 대부분이 전문직이어서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는다. 하지만 기관 밖 비정규직인 ‘소속 외 인력’을 야금야금 늘린 점을 고려했을 때 이에 대한 대책 없이는 ‘반쪽짜리’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 1분기 주요 금융공공기관 7곳(예보·신보·기보·캠코·주금공·산은·수은)의 전체 종사자 (1만1741명, 비정규직·소속 외 인력 포함) 가운데 비정규직(476명)은 4.05%다. 각 공공기관별로 살펴보면 주금공 12.32%, 예보 12.11%, 수은 5.38%, 산은 3.28%, 신보 2.84%, 기보 1.61%, 캠코 0.59% 순이다.
그러나 소속 외 인력을 포함시키면 공공기관 7곳의 비정규직 비중은 15.94%(1871명)로 껑충 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규모를 포함할 경우 캠코 33.48%, 주택금융공사 26.62%, 수출입은행 20.51%, 예금보험공사 18.53%, 산업은행 9.63%, 신용보 8.21%, 기보 8.13% 등으로 크게 늘어난다.
특히 캠코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소속 외 인력이 614명에 달해 이들을 비정규직 집계에 포함하면 비중이 대략 30%포인트를 웃돌게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캠코 관계자는 “국유재산 실태조사, 서민금융 상담, 민원 등 업무의 특성이 여타 금융기관과 상이해 소속 외 인력이 많은 편이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지난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해결 정책이 기관 밖 비정규직을 양산한 점을 감안했을 때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 없이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 전환’ 대상을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으로 한정했고 공공기관은 이 틈을 파고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없는 ‘소속 외 인력’을 늘렸다.
실제로 알리오에 따르면 342개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의 ‘소속 외 인력’은 2012년 이래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8만명을 돌파했다. 반면, 비정규직 숫자는 계속 줄어 지난해 3만6000여명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조만간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그때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면서 “현재 소속 외 인력의 직무 등에 대해 서면 파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약속처럼 임기 내 11만명(직접고용 비정규직+간접고용 비정규직) 모두를 일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기관의 경우 정부의 세금에 기댈 수밖에 없어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면서도 “다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원활하게 하려면 정규직 정원과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