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洪 vs 친박, 의총 하루 만에 갈등 폭발···지도부 교체론 이견

2017-05-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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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자유한국당이 대선 패배 후 당내 주도권을 두고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대선 후보로 나서 24%의 지지율을 끌어낸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미국에 머무르며 17일 SNS를 통해 친박(친박근혜)계를 ‘바퀴벌레’에 빗대며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통합을 다짐했지만 하루 만에 중진의원들이 홍 전 지사를 성토하며 내분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 16일 의총에서 화합을 다짐한 한국당의 내분이 폭발하기까지는 단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한국당 중진의원 14명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중진회의를 열고 홍 전 지사의 ‘바퀴벌레’ 발언 등을 맹비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소위 대탕평 인사를 주장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발표된 주요 요직의 인사는 대탕평과 거리가 멀다”며 “이건 당내 탕평이지 국내 또는 국민적 탕평이 아니다”라고 대여 투쟁으로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중진 의원들이 하나씩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홍문종 의원은 “솔직히 대선 전에 한국당이 선거비용 보전을 받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서 24%까지 끌어올린 데 대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홍 전 지사가 당원에 대해 바퀴벌레라고 하면서 페이스북에 썼다니 이게 제정신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의원도 “대선에서 저희가 24%를 얻었다는 것이 잘한 건 아니다”라며 “오히려 최대 표차로 진 것에 대해 우리의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끝나고 우리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않고 선방했다고 생각하면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의원은 “혁신적인 교두보를 놓고 고민하지 않으면 한국당은 결국 TK(대구·경북)의 자민련이 될 것”이라며 “보수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쇄신을 위해 당내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선교 의원은 “다른 당들은 지금 원내대표를 새로 뽑고 있는데, 우리는 보고만 있을 뿐이지 행동을 못하고 있다”며 “정 원내대표가 빨리 거취에 대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압박했다.

중진의원들의 이 같은 반응은 대선 후보로 출마해 2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패배한 홍 전 지사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비박계 의원들 내에선 탄핵 국면에서 존폐의 기로에 놓였던 한국당을 홍 전 지사가 제1야당으로 살렸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박계에서는 바른정당 탈당파에 대한 일괄복당 등을 문제 삼으며 동시에 홍 전 지사가 당권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대선 패배 후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다른 당 후보들과 달리 미국 체류 중에도 지속적으로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홍 전 지사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다수 존재한다.

이에 앞서 홍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서 친박 국회의원 하다가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감옥 가고 난 뒤에 슬금슬금 기어나오고 있다”면서 “당권이나 차지해 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 참 가증스럽다”고 힐난한 바 있다.

대선 패배 후 시급히 전열을 가다듬고 대여 전선을 구축해야 하는 한국당 내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 전 지사 측에서도 한달 정도 계획했던 미국 체류 기간을 줄여 이르면 이달 말 귀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중진회의에는 정우택 원내대표와 정진석, 조경태, 유기준, 이현재, 홍문종, 김명연 박맹우, 나경원, 한선교, 심재철, 김정재, 이군현, 신상진 의원 등 총 14명이 참석했다.

JTBC(중앙일보 ·한국정치학회 공동 주관)가 주최하는 대선후보 토론회가 지난달 25일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홍준표 대선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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