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은 IFRS17가 도입되면 보험사들은 약 40조원의 결손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결손금 증가는 자본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만큼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특히 대형생보사의 결손금이 자기자본대비 92.8%로 가장 높았고 중소형사는 33.2%, 외국계는 14.4%로 나타났다. 이는 대형사와 중소형사들이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그만큼 많이 팔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신용평가연구원은 IFRS17를 적용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이 (2016년 6월기준) 288%에서 121.2%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본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조직 통폐합에도 적극적이다. 실제 생보협회의 최근(2월 말) 국내 보험사들의 점포수는 3733개로 2014년(4353개)대비 620개나 줄었다.
한화생명은 IFRS17와 신RBC제도 도입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근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교보생명도 새 회계기준 도입에 앞서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해외에서 5억달러(5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상장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도 최근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283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다. 알리안츠생명도 IFRS17 도입에 앞서 주주배정방식으로 21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NH농협생명과 농협손보도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했다.
상황이 녹록치 않은 중소형 보험사도 경영 효율성 개선에 올인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IFRS17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점 통폐합 방안을 발표했다. 생산성이 낮은 지점을 인근 거점 지역으로 통합해 수도권 및 광역시에 위치한 22개 대형금융플라자를 10개로 재편하고, 140여개 지점도 80개로 축소한다. 연내 1000억원의 자본확충 계획도 세웠다.
KDB생명도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지점 축소, 희망퇴직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손보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손해보험는 IFRS17에 앞서 1200억원 규모의 자본을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흥국화재와 한화손보, 메리츠화재 등도 지난해 각각 200억원, 1280억원, 700억원 규모로 자본확충을 단행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의 핵심은 기존 회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보유 계약의 미래 수익성을 투명하게 드러내자는 것"이라며 "문제가 된 7~10%대 고금리 상품을 국내 대형사 위주로 팔았기 때문에 이들의 자본확충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