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대선이 끝난 국회는 새로운 지도체제 수립 국면에 돌입했다. 당장 여야 2당이 우선 원내대표 경선 실시를 앞두고 있고, 보수정당 2곳도 향후 당 운영 체제를 놓고 고심 중이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당내 계파는 물론 당청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이 쏠린다. 야당으로서는 생존을 위한 연대, 합당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인 만큼 신임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정당은 16일 새 원내대표를 뽑는다.
민주당의 경우 3선의 우원식 의원과 홍영표 의원이 맞붙게 됐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우 의원은 '여야 협치'를 내세우며 이번 경선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홍 의원은 '당청 소통' 능력을 강점으로 들었다.
김근태 전 상임고문계 출신인 우 의원은 범주류로 분류된다. 반면 홍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무총리실 비서관을 지냈다. 그야말로 '친문(친문재인)' 핵심인물이다. 우 의원이 홍 의원보다 당청 소통 관계에서 부족할 수 있다면, 홍 의원은 오히려 당내 '비문(비문재인)' 의원들까지 끌어안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공통의 약점이 있다.
원내지도부 선출과 함께 대대적인 당직 개편이 예고돼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추미애 대표는 '체질강화'를 목적으로 이번 주중 인사 개편을 실시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와의 협력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와 헌법개정 등에 대비하려면 집권당의 위상에 맞게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추 대표가 안규백 사무총장에 대한 경질을 시사하는 한편 이 자리에 김민석 전 의원을 임명하려 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추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권교체를 함께 땀흘려 만든 동지들에게 '경질'이란 단어를 쓰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신속히 집권여당으로서 체질과 역량 강화를 약속드렸고 이를 통해 새 정부를 제대로 뒷받침하는 정당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신한 당직자들에 대한 표창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 '당 대표' 없는 야3당, 리더십 공백 해소 시급
야 3당은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해소하고 당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모두 당 대표가 공석인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을 하루빨리 메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당은 5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정리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재로서는 오는 7월 초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구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차기 당권주자로는 현재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4선의 정우택 원내대표와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함께 거론된다. 정 원내대표는 충청권 출신으로 계파색이 엷다는 점에서 쇄신을 이끌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홍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귀국하면 신보수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하겠다"라고 밝혀 당권을 향한 의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변에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대중적 인지도 및 지지 등을 이유로 홍 후보 '추대론'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최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 전원이 사퇴했다. 이에 따라 16일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다. 민주당 경선일과 같은 날이다. 여기서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당 비대위 구성 권한을 갖는다.
이날 4선의 김동철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3선의 유성엽 의원과 재선의 김관영 의원 간 3파전이 됐다. 국민의당은 당장 바른정당과의 연대설이 거론되는 상황인 만큼 차기 지도부의 의지가 관건이다. 주승용 현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의 주 역할이 '합당' 또는 '연대'일 것이라는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김동철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야당 간 통합 문제는 정치적 상황과 국민 여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충분한 당내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돼야 한다, 아직 그런 여건은 조성되지 않았다"면서 정책적 연대 외 통합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다른 두 후보 역시 '자강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바른정당은 15~16일 이틀간 강원도 고성 열리는 연찬회에서 당의 진로와 운영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비대위 체제로 가느냐, 아니면 전당대회를 통해 정식 지도부를 선출하느냐의 기로에 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