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정문 화백, "공상과 상상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2017-05-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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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문 화백이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1965년에 발표한 미래만화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를 보며 그림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준호 기자)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지난달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7년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지목한 만화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가 화제가 됐다.

이 만화는 1965년 이정문 화백이 그린 작품이다. 최 장관은 이 만화를 소개하면서 “인터넷이 없던 52년 전에 태양열 지붕, 전기자동차, 스마트폰을 상상해 그려냈다”며 “상상에 불과했던 것들이 오늘날 현실이 되기까지 과학·정보통신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문 화백이 1965년에 발표한 미래만화에는 태양열 발전, 전기자동차, 우주발사체, 청소로봇, 원격진료, 움직이는 도로, 스마트폰, IPTV(인터넷TV) 등 지금은 대부분 현실이 된 과학·정보통신기술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정문 화백은 정작 그 만화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이 화백은 “누가 '네이버에 선생님 만화가 돌아다니는데 한번 확인해 보라'고 연락을 해와 찾아보니 내 그림이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화백이 이 만화를 그린 1965년은 미국과 러시아(소련) 두 강대국이 우주개발 전쟁을 벌였던 시기다. 미국이 위성을 쏘면 소련도 경쟁적으로 발사했다. 미국의 달 탐사선 아폴로가 사람을 싣도 달에 착륙한 것도 몇년 뒤인 1969년이다.

이 화백은 미국과 소련의 우주전쟁 소식을 당시 신문으로 접하며 “50년 뒤에는 우리가 저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로 수학여행을 떠날 수 있겠구나”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어떤 상상을 하며 그려냈을까? 이 화백의 상상 속 스마트폰은 6·25전쟁에서 국군과 미군이 북한군과 교전하며 무전기로 연락하는 모습을 보고 “저 무전기가 50년 뒤에는 크기가 더 작아지고, 그 당시 보급이 막 시작된 흑백TV도 함께 볼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소형TV 전화기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을 그려냈다.

이 화백은 “당시 이 소형TV 전화기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황당무계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실제로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았냐”며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이 화백이 소개한 ‘움직이는 도로’도 6·25전쟁의 기억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수없이 많은 탱크가 서울시내 한복판을 달리는 것을 본 그는 탱크 차바퀴 둘레에 강판으로 만들어진 벨트가 감기며 돌아가는 무한궤도를 보고 “저 무한궤도를 더 길게 만들어 펼치면, 움직이는 도로를 만들 수도 있겠구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태양열 에너지는 초등학교 때 장난감이 없어서 가지고 놀았던 돋보기로 태양광을 모아 종이를 불태우며 놀다가 이 기술을 응용하면 에너지 발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그렸다. 전기자동차도 1960년대 서울 시내를 달리던 노면전차를 보고 상상한 것이다.

이 화백은 52년 전 자신이 그린 미래 모습이 담긴 만화를 보면서 “세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변한다”며 “나는 예언가가 아니지만 공상과학(SF) 만화를 그리면서 얻은 과학에 대한 지식과 어릴 적 상상력으로 미래기술을 80% 이상 정확히 맞혔기 때문에 공상과 상상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문 화백이 1965년 발표한 미래만화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 [사진=미래부 제공] 



이정문 화백은 인터뷰 도중 또 다른 '2041년' 이라는 만화도 꺼내 보였다.  이 만화는 이정문 화백이 100살이 되는 해를 상상해 지난 2009년에 그린 미래 모습이 담긴 만화다. 

이 만화에는 태양열이 모든 에너지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자동차가 80㎞ 이상의 속도를 내면 스스로 제어하는 '과속 방지 도로', 자율주행차,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입체 TV, 스마트폰의 진화 등이 소개됐다.  

이 중에서도 이 화백은 "휴대폰의 변화가 이 만화보다 더 빠르다"며 스마트폰의 진화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이 만화에서 그린 스마트폰의 진화된 모습에서 동시통역 기능,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 범죄 예방 기능, 질병 진단 기능, 고성능 망원경 기능 등을 추가했다. 

지난해 이 화백은 친구들과 일본 전국 일주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여행에서 스마트폰 동시통역 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일본어를 전혀 몰랐지만, 통·번역 앱으로 불편없이 7일 동안의 일본여행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이 화백은 "내가 일본여행에서 번역 앱을 이용해 일본 사람들하고 기본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며 "2009년에 내가 그린 휴대폰의 동시통역 기능이 다시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스마트폰은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라며 "스마트폰은 이제 필수품이고, 잃어버리면 생활을 할 수가 없게 될 정도"라며 스마트폰이 가져다 준 생활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내가 꿈꾸는 것은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발명품을 구상해 만화로 그려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문 화백이 1965년에 그린 미래만화에 나온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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