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 증시에서 더 높은 성장 잠재력이 기대되는 유럽과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국제 자금의 이동 경로를 보면 미국 주식에 있던 투자금이 유럽과 신흥시장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확인된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PFR글로벌의 자료에 따르면 5월 3일까지 7주 동안 미국 증시에서는 222억 달러(약 25조원)가 순유출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4월 설문조사에서도 전 세계 머니매니저들이 미국 증시에 투자한 비중은 9년래 최저였다.
반면 올해 1~4월 동안 유럽 증시로 들어간 순유입액은 2년래 최대 규모였다. 또한 글로벌 펀드평가사 리퍼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유럽 주식펀드는 340억 유로를 끌어들였다.
그 밖에도 강력한 제조업과 산업 생산, 무역 지표를 보이는 신흥시장으로도 2013년 이후 최대치의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물론 미국 증시의 매력이 펀더멘탈 측면에서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보다 머니매니저들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시장으로 미국보다는 유럽이나 신흥국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투자자들은 유럽의 성장률이 마침내 정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1분기 유로존은 연율 1.8%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반면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연율 0.7%에 그쳤다. 지난 5년 동안 미국 경제 성장률이 유럽에 비해 연평균 1.4%포인트 높았지만 IMF는 이 격차가 향후 3년 동안 0.6%포인트로 좁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신흥국 역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경기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 세계 2대 중국 경제는 정부 주도의 부양책이 성장률을 견인하고 있고 브라질과 러시아도 경제 위축에서 벗어나 성장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미국 증시가 다른 지역에 비해 고평가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실제로 경기순환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은 미국의 경우 22배에 달하지만 유럽은 16.7배, 신흥국은 13.7배로 미국에 비해 낮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유럽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낮은 데에는 해결이 어려운 유로존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유로존에 경제적 격차가 너무 다른 나라들이 같은 통화로 무역을 하다 보니 독일과 같은 경제 강대국은 승승장구하는 데 반해 나머지 국가는 부진을 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