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을 앞두고 관련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지막으로 검토했었다. 금융당국은 2016년 여름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내놓았다. 알맹이는 간단하다. 증권사가 덩치를 키울수록 할 수 있는 일도 늘려준다는 거다.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1년 이내로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8조원이 넘으면 혜택을 더 준다. 종합투자계좌(IMA)로 일반고객에게서 모은 돈을 기업에 빌려줄 수 있다. 현재 조건을 충족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5곳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요건에 맞춰 인수·합병(M&A)과 유상증자로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증권사가 기업금융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여전히 문턱이 높다. 초대형 IB 업무가 가능해진 증권사 사장단은 금융당국에 꾸준히 요구해왔다. 구체적으로는 법인 지급결제와 외국환업무 허용, 부동산 투자한도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그간 증권사는 은행보다 엄격한 규제를 받았다. 이제야 일부 영역에서 은행과 경쟁할 수 있게 됐지만, 텃세가 만만치 않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이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금융 당국이 곧 초대형 IB 인가를 위한 신청서를 받지만, 조건을 충족한 5곳 가운데 4곳은 승인 여부가 불투명하다. 대주주적격성 논란과 기관경고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당국에 잔뜩 요구만 하기 전에 스스로 되돌아봤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