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위해 폐쇄성 극복해야" vs "이미 외연 넓어져, 협치 충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5.9 장미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민주정부 3기'의 문을 연 가운데 '개국공신'인 친문(친문재인) 직계 및 최측근 인사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당선인을 필두로 한 친노(친노무현)·친문진영은 그동안 고비마다 상대 진영으로부터 '패권주의'라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당 안팎에서는 친문진영의 '아킬레스건'으로 폐쇄성을 꼽는 일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주요 국면에서 이런 약점을 상쇄시키기 위해 친노·친문 직계 인사들의 '2선 후퇴' 카드가 자주 거론됐다.
2012년에는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문 당선인의 지지율 정체로 당 안팎서 쇄신 요구가 빗발치자, 핵심 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삼철'을 포함한 친노직계 9인이 퇴진을 선언하면서 돌파구 마련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 경선 캠프를 꾸릴 때도 친문직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불참하거나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해찬 전 총리 역시 선대위에서는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그 이전 경선 과정에서는 '중립'을 지키며 어느 후보도 돕지 않았다. 전 의원과 박남춘 의원, 홍영표 의원 등 친노 핵심들도 문 당선인이 경선을 치를 때는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
반면 문 당선인 측에서는 '외연 확장'에 방점을 두면서 그동안 친문계로 분류되지 않았던 인사들을 대거 끌어안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 출신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영입하고, '박원순계'로 분류됐던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기동민 의원을 최측근인 비서실장과 수행실장으로 임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각에서는 문 당선인이 이런 노력을 앞세워 '통합형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하며 많은 지지를 받은 만큼, 이후에도 친문직계를 등용하기보다는 외연확장에 방점을 둔 인선을 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다른 정파나 정당과의 협치가 중요한 만큼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친문 인사들이 2선 후퇴나 백의종군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문 당선인 주위에서는 특정 계파 소속이라는 것을 문제 삼는 '인위적 친문 배제'는 진영을 뛰어넘는 대탕평이라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하다.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당선인은 일관된 인사 원칙을 갖고 있다. 능력을 바탕으로 계파와 관계없이 인재를 등용하는 대탕평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친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한다는 것은 원칙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정당이나 정파에도 대탕평 인사는 그대로 적용된다. 이 문제로 협치에 악영향이 있다는 얘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경선 과정에서 캠프를 구성하면서 외연 확장을 이룬 바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캠프 인사가 차기 정부에서 역할을 맡는다고 해서 폐쇄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내각 구성은 둘째 문제로 치더라도 청와대 비서진 구성에서는 최측근 인사들을 어느 정도 등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 당선인과 가까운 한 인사는 "내각 구성에서는 다른 정당과 정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만, 비서진까지 친문 인사들을 배제한다면 정권 초반 강력한 국정운영을 하는 데 지장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역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써는 친문과 비문의 구분이 애매하다. 무조건 친문이 후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며 "국정철학 구현을 위해서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인사와 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측면도 있다. 다만 너무 친문 일색이 되지는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ysup@yna.co.kr
(끝)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