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적 실천주의자' 양혜규, 獨 미술 명문 슈테델슐레 교수 임용

2017-05-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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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모교에서 순수미술학부 정교수로 발탁 돼…6월엔 오스트리아서 전시 이어가

양혜규 작가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양혜규(46·사진) 작가가 독일의 미술 명문인 슈테델슐레(Städelschule) 순수미술학부의 정교수로 임용됐다. 슈테델슐레는 양 작가의 모교이기도 하다.

마인강 하류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슈테델슐레는 1817년 은행가이자 무역상이었던 요한 프리드리히 슈테델의 기부금으로 설립됐다. 올해 200주년을 맞은 슈테델슐레는 정원의 60% 이상을 외국인 학생으로 구성하는 예술대학으로, 명성 높은 교수진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려 왔다. 건축·미술·미술연구·전시기획 분야의 학위를 수여하며, 정교수 외에도 세계적 무대에서 활동하는 객원 교수와 외부 강사를 초대하는 등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과정을 자랑한다.
슈테델슐레 산하의 포르티쿠스(Portikus) 미술관은 1987년 개관 이래 이 학교의 중추적 기관으로 자리매김했으며, 현재까지 200회 이상의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독일은 물론 유럽의 현대미술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현재 이 학교의 교수진으로는 53회 베니스비엔날레 최연소 총감독을 지낸 다니엘 번바움, 영국 출신의 영상·설치미술가 더글러스 고든, 벨기에 출신의 미술사가이자 큐레이터 필립 피로트, 독일 작가 토비아스 레베르거, 네덜란드 작가 빌렘 드 루이 등이 있다.

양혜규는 대규모 설치부터 조각, 평면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다양한 담론을 독창적 개념으로 재해석한 추상적 구성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블라인드, 음향 요소, 선풍기, 조명 장치, 향 분사기 등 규격화된 일상적 오브제를 활용한 공간 연출은 안무에 비견될 만큼 치밀하고 역동적이다.

국제갤러리 측은 "이렇게 도출된 공감각적 환경은 관객에게 노동, 정서적 교류, 탈장소 등에 대한 고민의 장이 된다"며 "양 작가의 작품은 사회·정치·역사·문명·미술사 속 추상의 여러 양상을 다층적으로 참조하고 현대미술의 표현 양식 확장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양혜규를 돋보이게 하는 대목은 현대미술에서 형식과 개념이 만들어내는 모순에 주목하며, 현 시대의 내재된 갈등을 고찰한다는 점이다. 특히 통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지금 시대에서 그는 페미니즘 담론부터 이주, 계층 문제, 실향 등의 개념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미술계에서 그의 작품을 일종의 '관조적 실천주의'로 바라보는 이유다. 

양 작가는 오는 6월 오스트리아 그라츠 쿤스트하우스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며, 이후 9월엔 베를린 킨들 현대미술센터에서 전시를 이어나간다. 

한편 슈테델슐레의 독자적인 교육 과정, 포르티쿠스 미술관의 향후 전시와 출판 기금 마련 등을 위한 작품 경매가 실시돼 눈길을 끈다. 내달 16일(현지시간) 슈테델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경매에선 양혜규를 포함한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 30여 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슈테델 미술관은 루벤스, 렘브란트, 뒤러, 세잔, 르누아르 등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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