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의 사전투표가 4일과 5일 이틀 동안 실시됐고, 투표율은 예상을 뛰어넘어 26%를 넘었다. 대체로 20%를 예상한 전문가들이 많았던 것을 고려할 때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대선에 대한 높은 관심을 상징한다.
일부에서는 높은 사전 투표율이 투표일을 전후해 이른바 ‘황금연휴’가 이어져 미리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 분석에는 쉽게 동의를 하기 힘들다. 이번 대선의 투표일은 9일, 화요일이다. 대선 투표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지만, 그 전날인 8일은 평일이다. 5월 첫 주 최대 닷새간의 연휴가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8일까지 쉴 만큼 ‘간 큰’ 직장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유권자 수는 42,479,710 명이고 이 가운데 11,072,310 명이 사전 투표를 함으로써 26.06%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이 통계에서 주목되는 것은 현재 많은 언론에서 분석하고 있는 동저서고, 즉 영남은 낮고 호남이 높은 투표율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이런 저런 분석을 내놓고 있고, 상당부분 설득력도 있다.
이번 사전투표에서 많은 사람이 주목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즉 서울과 경기도의 높은 사전투표가 주는 정치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은 전체 유권자 8,382,999 명 가운데 26.09%인 2,186,968 명이 사전 투표에 참여했다. 경기도는 10,262,309 명 중 2,557,802 명이 사전 투표에 참여해 24.92%를 기록했다.
이들 두 지역의 투표율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지만, 유권자 수는 470만 명에 달한다. 사전 투표에 참여한 1100만 명의 42%에 해당한다. 서울과 경기도의 표심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영남과 호남 등에 대한 판세와 표심 분석은 자주 등장하지만 수도권에 대한 분석은 연령, 출신지역, 계층 등이 다양한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정치적 지향은 연령이나 출신지역, 계층을 뛰어넘기도 한다.
6개월 동안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1600만 명의 촛불시민 중 대다수는 수도권에 사는 시민들이었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했지만, 대부분은 수도권에 주소를 둔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주도했다. 촛불집회에 맞선 이른바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시민들도 서울과 경기도에 주소지를 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즉 서울과 경기도는 촛불집회와 맞불집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라는 점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그 영향이 이번 대선에서도 투표 행위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뻥튀기 된 잘못이 이번 대선 결과가 바로잡아 줄 것으로 기대된다.
1100만 명이 연휴를 잊고 투표장을 찾아 미리 투표를 했다는 것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 관계없이 이미 선택을 한 유권자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며 한편으로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온 부동층도 상당부분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대선은 다자구도로 치러진다. 다자구도로 치러진 역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대세론이 결국 통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은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가 2위를 하며 3위와의 득표율 차이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는 대선이 승자만을 기억해 온 역대 선거판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없어, 누가 당선돼도 여소 야대가 불가피한 정국 상황에 따른 반영이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정국이 다시 요동칠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은 역효과가 부각되는 흐름으로 치닫고 있다. 인위적인 정계개편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보여준 것이다.
2위 다툼은 대선 이후에 진행될 정계개편의 헤게모니 싸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예측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나온 각종 여론조사가 밑바탕이 될 것이다. 언론은 지난 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만 공표할 수 있다. 3일 이후의 표심 변화를 언론은 공표할 수 없지만, 이번에 나타난 높은 사전투표율은 표심 변화가 크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 셈이다. 선거 운동 기간이 이제 불과 3일 남았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 열기가 9일 투표일에도 그대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우선 나부터 축제를 즐길 준비를 마쳤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