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中, 북중관계 붉은선 넘고있다"…관영매체 고강도 직접비난(종합)

2017-05-0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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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 개인논평 형식 빌어 "북중관계 근본 부정하는 망동"
"북중친선 소중해도 핵과는 안바꿔…우리 인내심 시험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곽명일 기자 = 북한이 3일 관영매체를 통해 중국이 대북제재·압박으로 북중관계의 '붉은 선'(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며 이례적인 정면 비난을 쏟아냈다.
중국의 대북제재는 '조중(북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망동'이라며 북·중 관계의 근본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북중관계와 핵을 맞바꾸지 않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밝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철'이라는 개인 명의로 게재한 '조중(북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조중관계의 '붉은 선'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논평은 "우리 두 나라 사이의 '붉은 선'은 그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의 존엄과 이익,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핵은 존엄과 힘의 절대적 상징이며 최고 이익"이라며 이같이 비난했다.

논평은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중문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최근 잇단 논평으로 대북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을 거론하며 "조중관계 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적으로 전가하고 미국의 장단에 놀아대는 비열한 행위에 대해 구구하게 변명해 나섰다"고 힐난했다.

이는 북한의 권리와 존엄, 최고 이익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며 "피로써 개척되고 연대와 세기를 이어 공고 발전되어 온 조중관계를 통째로 무너뜨리고 있는 데 대하여 격분을 금할 수 없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논평은 북한이 중국의 국가 이익을 침해한다는 중국 내 주장에 대해서도 "상대의 신의 없고 배신적인 행동으로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거듭 침해당해 온 것은 결코 중국이 아니라 우리"라고 직설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반(反)공화국 적대세력과 한편이 되어 우리를 범죄자로 몰아대고 잔혹한 제재놀음에 매달리는 것은 조중관계의 근본을 부정하고 친선의 숭고한 전통을 말살하려는 용납 못 할 망동"이라며 미국과의 대북제재 공조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논평은 "(핵 보유의) 자위적 사명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그가 누구이든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우리의 핵보유 노선을 절대로 변화시킬 수도 흔들 수도 없"다고 공언했다.

이어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북제재 효과에 대해 "제재의 끈을 조금만 조이면 손들고 관계 복원을 구걸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계산"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논평은 그러면서 "중국은 더 이상 무모하게 우리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려 하지 말아야 하며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선택의 '공'을 중국에 넘겼다.

또 "미국의 힘에 눌리워…(중략)…수십 년간 이어온 형제의 우정마저 헌신짝처럼 저버린다면 결국에는 누구의 신뢰도 받지 못하는 가련한 신세가 되고 사방에서 화가 들이닥칠 수 있다"며 "중국은 조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오늘의 무모한 망동이 가져올 엄중한 후과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평은 박근혜 대통령을 2015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 초청,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오르게 한 것을 "비열한 짓"이라고 규정하는 등 한중관계 심화까지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개인 논평이기는 하지만 북한 관영매체가 중국을 직접 거론하고, 북중관계의 '근본'까지 언급하며 이처럼 고강도로 비난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북중관계가 '파탄' 수준으로 악화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핵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표명하면서 그간 축적된 불만을 여과 없이 쏟아낸 것으로, 중국의 대북 압박 강화에 사실상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 당국의 공식적 입장 표명이 아니라 '김철'이라는 개인의 논평 형식을 취한 것은 북중간의 마지막 '체면'을 고려해 다소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kimhyoj@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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