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부터 징검다리 연차를 활용하면 최장 11일간 쉴 수 있는 ‘황금연휴’ 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딴 나라 이야기'다.
“황금연휴요?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 얘기죠. 언감생심입니다.” 3일 대기업 직원들이 한창 황금연휴를 만끽하고 있을 시간, 풀가동에 들어간 중소기업 신선식품 제조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구슬땀을 흘리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A기업은 수도권 두부 제조 공장 중에서도 순위에 드는 업체이지만, 최근 일감이 크게 늘어나 평상시와 똑같이 황금연휴에도 계속 공장을 돌리고 있다. 생산직뿐만 아니라 전 직원이 출근한다. 휴무는 1주일 중 토요일이 유일하다. 이에 지난 1일 근로자의날은 물론, 5일 어린이날, 9일 대선 투표 날에도 예외 없이 전 직원 출근이다.
그나마 이 회사는 연매출 150억원이란 규모가 되는 만큼 이번 황금연휴 기간 근무수당이라도 따로 챙겨주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집계한 중소 제조업체의 연휴 상황을 보면, 징검다리 휴무는커녕 이처럼 빨간 날인 5월 1일 근로자의날에도 35%가량이, 3일 석가탄신일에는 24% 정도가, 5일 어린이날에도 11%가량이 근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대선 투표 날인 9일엔 절반가량의 중소기업이 출근을 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투표권을 갖고 있지만, 중소기업인들은 근무로 인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연휴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납품기일 준수(33.3%)’와 ‘일시가동 중단으로 인한 생산량, 매출액의 큰 타격(29.2%)’이 꼽혔다.
그나마 빨간 날 ‘완전체’로 쉬는 것에 더해 2일‧4일‧8일 중 하루 이상 징검다리 휴무를 실시하는 곳은 절반인 54%에 불과했다.
하지만 휴무를 해도 10%가량은 무급으로 휴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지속된 경기불황으로 인한 일감 감소로 열 명 중 한 명꼴로 불가피하게 휴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3일 출근한 중소기업의 한 근로자는 “빨간 날 쉬지 못하는 우리에겐 차라리 황금연휴라는 것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중소기업의 이 같은 행태가 대선 이후 어떻게 변화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