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2015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교통위반 단속 도중 달아나는 비무장 흑인을 등 뒤에서 총격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백인 경찰관이 유죄를 인정했다고 CNN방송과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미 해고된 백인 경관 마이클 슬레이저(35)는 이날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피고인 답변합의에서 공권력 남용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다.
AP통신은 피고인 답변합의서에 유죄 인정 협상의 일부로 주 검사가 슬레이저에게 적용한 살인 혐의를 거둬들이는 대신 효과적으로 사건에 대한 결론에 도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슬레이저의 살인 혐의에 대한 재판은 지난해 12월 배심원이 평결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미결정 심리로 끝난 상태다.
이 사건은 2014년 8월 미주리 주 퍼거슨 시 백인 경찰 대런 윌슨(31)이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당시 18세)을 권총으로 쏴 살해한 '퍼거슨 사건'에 이어 발생한 것으로, 흑인 시민단체 등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불러일으켰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노스찰스턴 경찰국 소속이던 슬레이저는 2015년 4월 교통 위반 단속을 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흑인 월터 라머 스콧(당시 50세)을 미등이 망가졌다는 이유로 멈추게 하고 전기충격기를 들이댄 뒤 달아나려는 스콧의 등 뒤에서 권총을 발사했다.
당시 현장에서 행인이 촬영한 영상에는 슬레이저가 등을 돌려 달아나는 스콧에게 정조준 자세를 취해 무려 8발의 총격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답변합의서에는 '피고인(슬레이저)이 악의적으로 치명적인 공권력을 사용한 것은 그 환경 아래에서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며, 피고인은 치명적인 공권력의 사용이 불필요하고 남용된 것이며 불합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슬레이저는 정당방위가 아닌 상태에서 스콧을 쏜 행위가 시민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슬레이저는 유죄 인정 시 최고 종신형과 25만 달러(2억8천275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유죄 인정 합의를 통해 검사가 슬레이저에 대한 최고형을 일정 부분 감형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앞서 슬레이저의 살인 혐의 재판이 미결정 심리로 끝나자, 피해자인 스콧의 유족은 "정의는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기소 이후 상당기간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슬레이저는 이날 수갑을 차고 피해자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법정에 출석했다.
한편, 최근 텍사스 주 댈러스 교외에서 발생한 15세 흑인 소년 조던 에드워즈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숨진 에드워즈의 가족은 총격에 관련된 경찰이 처벌받기를 바라지만, 이번 사건이 흑인들의 조직적인 항의 시위로 번지지는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사망 사건은 경찰이 파티에서 미성년자 음주 단속을 하면서 차량에 총을 발사해 일어났으며, 경찰은 애초 총을 쏜 경관이 후진하는 차량에 의해 위협을 느껴 방어차원에서 대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장 영상에서는 차량이 경찰관을 향해 후진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조준 사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과실치사라고 해명하고 있다.
oakchul@yna.co.kr
(끝)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