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안되는 '체험형 인턴' 몰리는 이유는

2017-05-0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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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공공기관 채용형 인턴 10% 불과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한 금융 공공기관 인턴 채용이 '바늘구멍'이다. 대부분 채용 부담이 없는 체험형 인턴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채용을 보장하지 않지만 취업준비생들의 경쟁이 뜨겁다.

2일 금융위원회 산하 7개 금융 공공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채용형·체험형을 포함한 전체 인턴채용 규모는 1249명이다. 이 중 11.4%(143명)만 정규직 계약을 전제로 한 채용형 인턴으로 채용됐다.

이 중 실제 정규직이 된 인원은 141명이다. 일단 채용형 인턴으로 선발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90%가 넘는다는 뜻이다. 

각 기관별로 인턴채용 인원은 기업은행 500명, 산업은행 150명, 신보 271명, 주금공 139명, 예보 73명, 기보 62명, 캠코 55명 순으로 집계됐다.

IBK기업은행은 500명으로 가장 많은 인턴을 뽑았지만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애초에 체험형 인턴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체험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이나 재계약 의무 없이 3~6개월 동안 일자리와 조직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목적이다. 기획재정부가 청년에게 해당 직무에 대한 역량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직장 체험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기업은행과 더불어 KDB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역시 인턴 전원을 체험용으로만 선발했다. 정규직 채용을 하지 않는 대신 정규채용에서 인턴 근무자에 대한 가산점을 주거나 우수근무자로 선정된 사람에게 서류전형을 면제해 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2016년 기준 각 금융 공공기관 인턴 채용 현황(단위: 명)[사진= 각 기관]

캠코(자산관리공사)는 유일하게 인턴 전체 인원을 채용형 인턴으로만 뽑았다. 채용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을 염두한 것이다. 기재부는 채용형 인턴의 70% 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캠코는 지난해 55명의 채용형 인턴을 뽑아서 5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캠코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취업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있는 제도라는 판단에서 100% 채용형으로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채용형 72명, 체험형 67명으로 채용형 인턴을 조금 더 많이 뽑았다. 신용보증기금은 체험형 264명·채용형 7명을, 예금보험공사는 체험형 63명·채용형 10명으로 체험형 비중이 더 높았다. 

채용형 인턴 대부분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캠코는 55명 중에 53명과 정식 계약을 했고 나머지 예보(10명), 신보(7명)는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주금공은 채용형 인턴으로 72명을 뽑았지만 이후 1명이 그만뒀다. 나머지 71명은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지난해 7개 금융 공공기관은 인턴제의 90%를 체험용으로 운영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인력운용방안에 따라 각 기관의 유형과 특성에 맞게 인턴제를 체험형과 채용형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때문에 채용형 인턴 비율이 낮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상·하반기 일년에 두 번 공채를 진행하면서 인턴까지 공채에 준하는 비용과 시간을 들여 채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캠코가 체험형 없이 채용형 인턴을 100% 운영하는 대신 별도의 신규채용은 없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업무 체험형 인턴과 직원 선발을 전제로 한 채용형 인턴은 선발 기준이 다르다"며 "체험형 인턴은 업무에 대해 홍보할 수 있고 우수 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체험형 인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용이 전제되지 않음에도 체험형 인턴의 경쟁률은 매년 높다. 공공기관에서 체험헌 인턴을 김모 씨는 "금융 공공기관은 월급이 상대적으로 높고 정규채용 때 가점이 주어진다"며 "또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전형 도입으로 스펙보다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체험형 인턴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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