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수 기자 = 최근 5년 새 승승장구하던 안국약품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한때 매출액 2000억원대 제약사로의 성장을 눈앞에 뒀지만 부실한 매출성장 구조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지난해에 매출 부진으로 기세가 꺾였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이라는 타이틀까지 내려놓고 말았다.
지난 19일 보건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현황 고시 일부개정을 통해 안국약품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목록에서 제외했다. 제외 사유는 안국약품의 인증서 자진 반납이었다. 안국약품이 인증서를 자진 반납한 것은 과거 불법 리베이트를 벌인 이력 때문이다.
이로써 2012년 최초로 도입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에 다른 제약사와 나란히 이름을 올렸던 안국약품은 인증 5년 만에 홀로 내려오는 불명예까지 연이어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안국약품은 매출 측면에서도 최근 들어 악재가 겹치고 있다. 2010년 이후 발기부전약 '비아그라', 배뇨장애개선제 '하루날디' 등 여러 다국적 제약사 제품의 판권을 도입하면서 2015년에는 매출액이 1950억원까지 급성장했지만 지난해 말 도입품목 다수를 보령제약·제일약품 등에 사실상 뺏기게 되면서 매출액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안국약품 성장을 이끈 대표 제품인 진해거담제 천연물신약 '시네츄라'에도 그늘이 드리워졌다. 2012년 연간 매출액은 389억원으로 4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2013년 제품가격 34.5% 인하 등 매출 악화 요인에 직면하면서 매출액이 300억원 이하로 크게 하락했다. 다만 지난해에 다시 330억원 수준으로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2013년 미국 제약사 그래비티바이오와 맺은 기술수출 계약도 해지됐다. 계약 체결 후 3년이 지나도록 임상시험 신청조차 되지 않자 안국약품이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기술수출로 부풀었던 미국 진출 기대감에 맥이 풀렸다.
이처럼 연이은 부진은 창업주 어준선 회장에서 오너 2세 어진 부회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오너 중심 경영체계에 대한 신뢰성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정준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안국약품 최초 전문경영인이 됐다가 승진 4개월 만에 사임한 것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오너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부진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을 초과하는 현금배당을 결정한 점도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