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괜찮지만'…반도체·車 뒤이을 주력산업 안보인다

2017-04-3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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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효자 반도체 분야 중국 맹추격…조선·석유화학 이미 성장세 둔화
AI·자율주행 등 새 분야 먹거리 찾아야…"규제 완화 절실"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최근 한국 경제에 훈풍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바로 반도체다.
하지만 반도체 호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 등 후발국의 맹렬한 추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로 삼아야 할 산업이나 업종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예견하며 다양한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과잉 규제는 여전하고 기본적인 제도조차 마련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후발국에 쫓기는 주력산업…격차 거의 사라질 듯

30일 산업연구원과 업계 등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조선·석유화학·철강 등 대한민국 주력업종의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중 유일하게 선방하는 분야는 반도체다.

2011∼2015년 반도체 연평균 생산 증가율은 5.1%로 2006∼2011년(11.5%)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호조는 최근까지 이어지며 조선·해운 구조조정, 내수 부진 등으로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이 좋은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기기, 그중에서도 모바일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연 매출액은 총 3천520억달러, 한화로 398조원를 기록했다. 2003년 매출 대비 두 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반도체 부문에서 언제까지 경쟁력 우위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독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보다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매출액 중 메모리 비중은 30% 정도고 나머지 70%는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시스템 반도체는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폰 시장과 함께 급성장하는 추세다.

정부가 지난달 시스템 반도체 설계·인력양성 등에 2천600억원을 투자하는 안을 내놓는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막대한 인력과 자본력을 갖춘 중국의 추격을 감당하기는 버거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공격적인 투자로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면서 반도체 산업 종합 경쟁력 수준이 2025년 우리와 근접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조선·석유화학·자동차 등 기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된 국내 산업은 이미 후발국에 추격을 허용했거나 그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2006∼2011년 3.9%에서 2011∼2015년 -0.5%로 떨어졌다.

자동차 분야는 빠른 속도로 품질과 기술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북미지역 생산 거점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는 멕시코 역시 위협적인 대상 중 하나다.

조선산업은 공급 과잉 등 영향으로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이 8.1%에서 -5.9%로 대폭 주저앉았다.

석유화학도 3.2%에서 -0.4%로, 철강은 7.2%에서 0.4%로 연평균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주력산업으로서의 위상이 한풀 꺾였다.

대부분 분야에서 중국·인도·동남아 등 후발주자가 매섭게 추격하면서 기술격차는 매년 줄어드는 모습이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가 그동안은 선진국을 바라보면서 컸지만 지금은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면서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중국이 앞설 확률이 높고 이미 앞서 있는 분야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아직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쪽에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부문에서는 따라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차기 주력산업은 안갯속…4차 산업혁명 준비도 부족

전통 주력산업이 이미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아직 차기 주력분야로 자신 있게 거론되는 산업은 찾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IT에서 진화한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각종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관련 제도나 규제 완화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미국 교통당국은 지난해 2월 자율주행 차량을 모는 인공지능도 사람과 같은 운전자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EU의회 역시 지난 1월 인공지능을 '전자인간'으로 인정하는 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관련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논의조차 활발하지 않다.

그만큼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고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능 정보화의 기초인 데이터 처리·공유에 대한 규제도 지나치게 엄격해 빅데이터 등 관련 산업 발달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우려 등과 얽혀 논의는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모양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외국에 비해 규제가 굉장히 심한 편"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려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투자와 함께 규제 완화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방향이 아직 불확실한 만큼 정부가 맨 앞으로 나서지 말고 벤처 창업 등을 지원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 시도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중국·인도 등 후발국보다 인력·물적 자원이 부족한 만큼 자율적인 환경을 조성해 다양한 가능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어떤 것을 정해서 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벤처 창업을 지원하면서 플레이어들이 많이 나타나도록 지원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경제조사본부장은 "빅데이터 한다면서 정보보호법 때문에 막고 원격의료 줄기세포도 규제로 뒤지고 있다"며 "관련 인프라나 연구개발 투자·지원 등이 좀 더 획기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ock@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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