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5·9 장미대선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후보 진영이 집권 후 새 정부의 내각 청사진을 내놓기 시작했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집권 후 통합정부 구성 방안을 각각 내놓으며 치열한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다 범보수 후보 단일화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서 막판 구도를 흔들 프레임으로 이용한 측면도 있다. 각 후보 진영은 앞으로 투표일 전까지 국무총리 및 주요 장관 후보자를 제시할 것으로 보여 어떤 인물을 발탁하느냐가 표심을 뒤흔들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 후보는 초대 국무총리로 비영남 출신 인사를 발탁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과 캠프 안팎에서는 호남 출신의 중도 성향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총리 후보군으로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등 수도권과 호남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 밖에 젊은 그룹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송영길 당 대선후보 선대위 총괄위원장도 오르내린다.
문 후보는 당선될 경우 먼저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뒤 '국민추천제'를 통해 장관 후보자 추천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인수위가 추진했던 '인터넷 장관 추천제'를 보완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국무총리의 인사제청권을 보장해 책임총리제를 구현한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정부 조직 개편은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는 것만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때 정보통신부나 과학기술부 같은 정보화 시대를 이끌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데, 그것은 미래창조과학부에 컨트롤 타워 기능을 제대로 부여하면 된다"며 "통상(通商) 부문을 산업자원부로 보내 통상 외교를 약화한 요인이 됐기 때문에 이를 외교부로 복원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 安, 국회 추천 총리가 내각 구성·운영
안 후보는 친박근혜, 친문재인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치 세력과의 대연정을 승부수로 던졌다. 집권 후 정당이나 정파와 상관없이 고른 인사 등용으로 내각을 구성해 보수 정당과 국정을 공동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에게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제안했다. 공동정부 구성 방안으로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 내각의 국정운영 주도를 제시했다.
안 후보는 “국무총리는 정당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서 지명하겠다”며 “국회가 합의해서 추천하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인사 기준으로 도덕성과 유능함, 이념에 매몰되지 않을 사람을 꼽았다.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안보와 경제 위기가 심각해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는 한편 중소기업청을 창업중소기업부로 만드는 공약을 제시한 수준이다. 그는 청와대 비서실 축소를 언급하면서 “청와대 나쁜 권력의 상징인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 洪, 초대 총리 지역 안배 파격 인사 거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집권 시 호남이나 충청 출신 총리 임명 의사를 밝히며 협치를 강조했다. 총리 후보군으로는 4선의 정진석·정우택 의원 등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꼽히고 있다.
내각 구성과 관련해 탕평, 능력, 청렴성으로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는 “첫 내각은 빨리 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로 채우려 한다”면서 “법무부 장관은 정치색이 없는 강력부 검사 출신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정부 조직 개편은 최소화할 방침이다. 다만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개편한 부총리급 정보과학기술부 설치를 검토 중이다.
이 밖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촛불 개혁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광범위한 시민사회계, 또 보수 후보(측 인사)라도 국민이 인정할 만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면 함께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심 후보는 내각과 관련, “청렴성, 개혁성 그리고 탁월한 행정능력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면서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과 함께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을 거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