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협상은 6월 英 총선 이후…양측 입장 달라 난항 예상
브렉시트협상 '뜨거운 감자'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문제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영국을 제외한 유럽연합(EU) 소속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29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EU는 이날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달 31일 제안한 협상의 가이드라인 초안을 토대로 의견을 교환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오찬을 겸한 정상회의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브렉시트협상) 가이드라인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EU가 브렉시트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은 지난달 29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의 EU 탈퇴 방침을 통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한 지 딱 한 달 만이다.
EU 27개 회원국은 이날 만장일치로 협상 가이드라인을 채택함으로써 브렉시트협상을 앞두고 EU의 단결된 힘을 과시하고 협상팀에 힘을 실어줬다.
EU는 다음 달 22일께 협상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한 협상 지침을 준비한 뒤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영국이 오는 6월 8일 총선 일정이 예정돼 있어 본격적인 협상은 영국 총선 이후에나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협상을 위한 양측 대표단 간 첫 대좌는 오는 6월 12일로 예상된다.
EU는 이날 채택한 가이드라인에서 '선(先) 탈퇴 조건 합의 후(後) 미래관계 협상'이라는 순차적 협상 원칙을 명시, 탈퇴협상과 자유무역협정 등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영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처럼 협상 프레임에 대한 입장차로 인해 브렉시트협상은 초기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투스크 의장은 "(EU와 영국이) 미래(관계)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정리해야 한다"면서 "(과거 문제는)조심스럽게 다루되 단호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 EU는 미래관계 협상에 착수하기 전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에 속한 북아일랜드 간 국경문제를 명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EU 27개 회원국 정상은 "북아일랜드 주민들이 아일랜드와 합치는 투표를 할 경우 북아일랜드는 EU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해 영국과 아일랜드가 국경문제가 브렉시트협상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EU는 영국에 대해 회원국 시절에 밝힌 재정적 기여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며 이른바 '이혼합의금'으로 600억 유로(72조 원 상당)를 요구했다.
미래관계 협상과 관련, EU는 영국과 탈퇴협상에 대한 진전이 있으면 이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올해 가을께가 그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EU는 "영국과 미래에 긴밀한 파트너로서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서도 "EU를 탈퇴함으로써 영국은 회원국 시절에 가졌던 단일시장 접근과 같은 권리와 특혜를 누릴 수 없다"고 밝혀 '과실 따 먹기는 없다'는 점을 못 박았다.
이어 EU는 협상에서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국민과, EU 회원국에 사는 영국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협상의 최우선순위를 둘 것을 천명했다.
현재 300만 명에 달하는 EU 회원국 국민이 영국에, 영국민 200만 명 정도가 EU 회원국에 각각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브렉시트로 인해 복지와 고용 등에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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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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