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중국 일부", 틸러슨 "日은 동맹·韓은 파트너" 논란 불러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 위기로 인해 신임 미국 행정부와 한국 지도부 간에 조율이 요구된다면 트럼프는 전화를 들 용의가 있겠지만 받을 상대방이 없는 상황은 좋지 않다."
이런 우려는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날인 3월 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하면서 기우로 여겨졌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 100일(4월 29일)에 즈음해서 보면 기우였다는 평가는 점점 합리적인 '예견'이었다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다음 날인 4월 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군 창건일(25일)을 앞둔 북한의 도발 여부가 주목됐던 2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및 아베 총리와 각각 통화했고 양일 모두 황 대행과는 통화하지 않았다.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한미정상간의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국민적 우려를 야기했다.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면서 최우선 당사자인 한국이 논의의 최전선에서 밀려난 상황을 칭하는 조어 '코리아 패싱'도 회자하며 대선후보 TV토론에까지 등장했다.
미중일러 등 강대국 사이에서 북핵 문제의 활로를 만들기 위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포기한 한국 외교의 전략 부재와 함께, 대통령 궐위상황에서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100일 동안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한 상황이 이런 현상의 배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일본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선점한 상황에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2월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하면서 "일본에 매우 불공정하다"고 말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3월 15∼19일 한·중·일 3국을 순방하면서 가진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 때 일본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칭하고,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라고 칭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한국 외교 전문가들이 미국을 '동맹', 중국을 '파트너'로 곧잘 칭하는 데서 확인할 수 있듯 동맹과 파트너는 성격과 무게감 면에서 엄연한 차이가 있다.
한미간 의사소통에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정리됐지만 틸러슨이 세 순방국 중 한국에서만 만찬을 하지 않은 것도 여러 억측을 낳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지난 12일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논의 내용을 말하면서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자국 중심주의적 '역사강의'를 들은 뒤 한반도에 대한 왜곡된 선입관을 갖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더불어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을 수 있는 한일 역사문제 관련 일본의 입장이 트럼프에게 선입관을 갖게 만들었다면 향후 한국 새 정부 출범 후 한일간에 위안부 문제가 새 현안으로 등장할 경우 미국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는 일본 입장 쪽에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내달 9일 대선을 거쳐 새로 선출될 한국 신임 대통령은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때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기회가 있으며, 그 전후로 한미는 한국 새 대통령의 방미 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통한 정식 정상회담을 추진할 전망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 새 정부 외교·안보팀 진용이 갖춰진 다음에 하면 된다"며 "진용이 갖춰지기 전에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상견례 정상회담'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왕에 늦어진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조기에 하려다 졸속 회담에 그칠 수 있으니 제대로 준비해서 내용있는 회담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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