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창범 기자 = 서강호 대표와 이선희 대표를 사령탑으로 앞세운 이브자리와 박홍근홈패션이 세습경영이 아닌 전문가경영으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진정한 실력대결로, 국내 침구류 원조 승부를 가리자는 각오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1976년 설립된 이브자리의 고춘홍 창업주는 외부 전문경영인 서강호 대표를 영입해 경영일선에 세웠고, 1979년 설립된 박홍근홈패션의 박홍근 창업주는 뛰어난 영업 능력을 발휘한 경쟁사 직원 이선희 대표에게 회사를 넘겼다.
양사 모두 2세 세습경영 대신 기업을 잘 이해하고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인재에게 회사를 맡겼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세습경영에 중독된 한국 기업 이미지와는 완전 다른 모습으로, 재계에 주는 의미도 크다는 분석이다.
그런 만큼, 양사는 물론 대표들의 공통점도 많다. 창업주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직접 눈여겨봤던 다른 기업 임직원을 찍어 대표로 만들었고, 이들이 대표가 된 이후 회사가 새로운 변화와 함께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는 점이다.
서 대표의 경우 2012년 이브자리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 대표이사가 돼 그동안 ‘보수경영’을 해왔다는 이브자리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서 대표 취임 이후 ‘수면산업’에 적극 투자,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을 론칭해 현재 100호점을 돌파하며 사업 확장의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 또한 1998년 당시 박홍근 창업주가 사업가적 기질과 성실함에 반해 회사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하면서 ‘아름다운 동행’이란 이미지를 굳히게 됐다. 이후 이 대표가 100% 지분을 인수하고도 오히려 사명을 그대로 쓰면서, 박 창업주까지 고문으로 위촉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대표가 되면서 추구하는 사업 내용도 같아졌다. 이브자리는 단순한 침구업체에서 ‘수면 전문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박홍근홈패션은 혼수예단 전문에서 역시 ‘토탈 베딩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해 나가고 있다. 맞춤형 수면 컨설팅이라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양사 모두 1970년대 중후반에 설립해 국내 전통 침구류 원조 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분모다. 이브자리가 3년 정도 빨리 탄생했지만, 양사 모두 40여년이란 적지 않은 연륜을 쌓고 치열한 영토확장 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서로 겹치는 점이 많지만 외부적으로 나서는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한솔CNS 대표 출신인 서 대표는 종합물류서비스 업종에 있었던 경력을 살려 마케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이 대표는 20여년간 공식 석상에 나선 적이 거의 없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경쟁사 이브자리에서 영업부 소장을 맡았던 만큼 친정집과 전면적인 충돌은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경쟁사를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어 사업적 차별화 전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혼수예단 명가라는 점을 살려 프리미엄 예단이불로 차별화를 선도하면서, ‘휴식’이란 콘셉트 하에 기능성 침구 및 베이비‧키즈‧싱글 침구 등 라인업을 다양화 해 나가고 있다.
이에 맞서 서 대표는 아예 ‘건강증진’을 기치로 내걸고, 수면환경연구소를 통해 전문적인 컨설팅 서비스와 개인 맞춤형 기능성 제품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