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중국의 저널리즘 스쿨로 유명한 한 대학에서 유학할 당시, 매일 아침 친구따라 습관적으로 강의실 앞 매점에서 구입했던 신문이다.
학과 친구들은 중국의 젊은 세대답게 보도에 대한 비평을 서슴치 않았고 '편식적 신문읽기(관영지 기피)'를 했던 것에 비하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인기있는 신문이었다.
몇 년 전 중국 언론 검열에 항의하다 파업 사태까지 이어졌던 중국 광동(廣東)성 주간지 난방저우모(南方周末)와 더불어 '비교적 객관화된 신문'이란 점을 그 당시 친구들은 들었다.
요즘의 환구시보는 해외 필진의 글을 싣기 보다는 중국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기 꺼려하는 사안마다 그 '입'을 대신하고 있다.
이런 환구시보가 최근 '의미심장'한 견해를 밝혔다.
지난 22일 환구시보는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폭격하는 '외과수술식' 공격에 대해 중국이 용인할 것이지만, 전면전에는 반드시 개입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환구시보의 이 같은 보도로 '중국이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을 용인하는 것이냐' vs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개입 의지를 드러내 전면전으로의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라는 두 가지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선제타격 용인'설을 보면 마치 중국의 대북(對北) 전략이 바뀐 것처럼 보인다. 반면, '미국 군사행동에 대한 개입 의지'설을 보면 여전히 중국과 북한은 피로 맺은 혈맹국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고, 북한에 대한 강한 제재의 입장을 밝힌 중국의 태도를 보면 이 같은 발언은 이해가 가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안보를 제공받고 한국이 가진 일정 부분의 정책 자율성을 양보하는 '비대칭형 동맹'을 맺고 미국과 있다.
그렇다면 북한과 중국은 어떨까.
과거 6·25전쟁을 거친 북한과 국공 내전의 쓰나미에서 헤어나온 중국은 대칭동맹을 맺었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과의 동맹 유지과정에서 자율성을 침해받을 수 있다고 느낀 북한은 여러 위기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정치이념으로 불리는 '주체사상'과 정권의 공고성은 대중 의존도의 상승으로 위협을 느꼈고, 중국과 나름의 '동등한' 관계 유지하기 위한 필사적 도구가 필요했다.
바로 핵이다. 다시 말해 북핵은 미국과 남한을 넘어 동맹국인 중국을 향해 있기도 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동맹 강국으로서 북한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축소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은 슈퍼 강국이 된 중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비대칭동맹'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던 '약자'의 힘을 키워내 동등한 입장에 섰다.
북한을 '지렛대'로 이용해 미국과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중국역할론'에 못 이겨 강한 제재를 통해 북한 옥죄기에 나설 것이라고 큰소리 치고 있다.
하지만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가 더해지는 지금, 중국으로선 새로운 '전술'을 짜야만 한다.
북한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중국의 대북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전술에는 무엇이 있을까.
북한에 대한 실질적 타격은 안 된다. 북한의 동란이나 정권붕괴 등을 방지해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중국의 대북 전략차원에서다.
이런 까닭에 중국의 제재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실질적 타격보다는 대외적으로 강한 제재 이미지에 그칠 것이다.
사실 중국으로서는 북한문제 때문에 군사적으로 충돌하지 말자는 데 대해 미국과 합의만 이뤄진다면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방안이 최고의 '전술'일 수 있다.
현재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에 동참하겠다고 '큰소리' 치는 것은 중국이 미국을 대하고 북한을 대하는 수많은 전술 중 하나다.
때문에 중국이 대북 제재 회초리를 드는 동시에 6자회담을 하자고 하고,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높이는 관리도 병행할 것이다.
중국은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