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대선 레이스가 중반전을 향해 가는 가운데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논란, ‘송민순 문건’ 등 안보 이슈가 대선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경제·복지 등 민생 정책 대결이 실종됐다.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둘러싼 논란 속에 제기된 이른바 '송민순 문건' 파문과 관련, 북한의 입장을 먼저 물은 뒤 기권을 결정했다는 송 전 장관과 기권 결정을 내린 뒤 북한에 사후 통보했다는 문 후보의 주장이 맞서는 진실게임이 ‘주적’ 논란, 전술핵 문제와 얽히고 설키며 해묵은 ‘색깔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각 후보들의 행보는 안보 분야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수 진영으로부터 안보관 공세에 시달려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3일 '튼튼한 대한민국, 평화로운 한반도' 문재인의 담대한 한반도 비핵평화구상 기자회견을 갖고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데 대해 "보수표를 구걸하기 위해서 색깔론에 편승하는 것"이라면서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남북정상회담을 할 건지, 안 할 건지 묻겠다. 북한을 주적으로 정해놓고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한지도 묻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19대 대선에서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개헌과 경제민주화는 정치권의 정치공학적 프레임 전쟁에 일찌감치 묻혔다.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4대강사업과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무역강국에 들겠다는 ‘747 공약’이, 18대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이슈였다. 당시 유권자들은 각 후보들의 정책 공약을 비교하며 차기 정부의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5·9 장미 대선에서 각 후보들의 경제정책 공약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통합’ ‘미래’니 하는 추상적인 구호들만 난무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적 대형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것은 갑자기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 갖는 하나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위협 속 한반도 주변 4강 압박 등 안보 현안은 산적해 있고, 경제는 장기 침체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서민과 중산층의 민생고는 가중되고 있다.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 지 오래고,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관광업계는 물론 영세 소상공인들이 줄도산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청년실업과 고용대란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각 후보들과 정치권은 경제 난국을 타개할 의제를 제시하지 않은 채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일관하며 손익 계산에만 몰두해 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SNS에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청년 실업대책을 빈 껍데기 공약 하나 내놓고 흐뭇해한다”며 대선 후보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기업이나 청년에게 직접 고용보조금을 주는 방안이나 구직자에게 지원금을 주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도 “효과가 없다”며 ‘전시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한 전문가는 “새로운 경제 공약을 추진할 새가 없다. 대선 후 정부와 정치권이 한자리에 머리를 맞대고 경제 위기를 타개해나갈 초당적 협의체를 만들어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면서 ‘연속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중장기 경제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