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5·9 장미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은 시대를 꿰뚫는 창이다. 회귀투표 성격이 강한 총선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이 때문에 역대 대선마다 체제를 뒤흔드는 시대정신이 존재했다. 해방 직후 ‘건국화’를 시작으로 1970∼80년대 ‘산업화’, 1990년대 ‘민주화’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갈 길은 멀다. 퇴행적 정치도, 1%가 99%를 독점하는 경제 권력도 여전하다. 이번 대선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첫 번째 선거다. 구체제와의 결별을 선언할 새 시대 장자를 맞는 선거라는 얘기다. 이에 본지는 5·9 대선의 숨은 부분을 찾아 ‘공유·분권·자치·통일’ 등 포스트 신(新) 질서를 모색한다. <편집자 주>
“프레임(frame)을 점령하라.” 안보 프레임이 5·9 장미 대선 정국을 덮쳤다. 적폐 청산 등에 그치던 프레임 전쟁이 선거 화약고인 안보 이슈로 옮겨붙었다. 변곡점은 지난 19일 2차 대선후보 TV토론회다. 이 자리에서 ‘북한 주적’, ‘국가보안법(국보법)' 등의 안보 이슈가 튀어나왔다. 대선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그만큼 프레임 전쟁의 위력은 강하다.
◆대선 흔드는 안보 프레임··· 핵심은 ‘전략적 메시지’
20일 정치전문가들에 따르면 프레임 전쟁의 수단은 ‘언어’다. 기본적으로 말을 통해 시작된다. 이후 구도를 만든다. 핵심은 ‘전략적인 메시지 전파’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프레임 전쟁은 각 후보들이 자신의 핵심 메시지를 하나의 표현으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선거판을 뒤흔들었던 ‘민주 대 반민주’부터 최근 선거 때마다 나오는 ‘정권연장 대 정권교체’,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 ‘국민통합 대 분열세력’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집토끼는 잡고, 산토끼는 갈라치는 선거 전략의 기본 중 기본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분법적 구도에는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다수 유권자들의 ‘정신적 구조물’이 담겼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삼은 ‘국보법 폐지’나 ‘송민순 회고록’, 유승민 후보가 들고나온 ‘북한 주적’ 등에는 보수진영 내 퍼진 ‘북한 포비아(공포증)’가 깔렸다는 얘기다.
문 후보가 답을 머뭇거리는 순간, 보수진영 내 ‘레드 콤플렉스’는 극대화된다. 단순 반대 표명도 마찬가지다. 2차 토론회 직후 토론회의 주제였던 정치·경제나 교육·사회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은 온데간데없고 문 후보의 ‘북한 주적’, ‘국보법’,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전략적 모호성만 부각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프레임 전쟁, 이슈파이팅 전초전··· 왜?
비밀은 프레임 전쟁의 ‘정신적 구조화’에 있다. 안보 프레임에는 보수진영이 추구하는 목적과 행동 방식은 물론 제도 개선 등 사회 정책의 모든 것이 담겼다. 모호한 답변과 단순한 부인은 ‘코끼리만 생각하게 하는’ 무(無)전략이다. 프레임 관련 답변에는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언어와 어젠다 설정만으로 프레임 전쟁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마지막 퍼즐이 중요하다. ‘이슈 파이팅’이다. 프레임 전쟁은 이슈 파이팅을 할 수 없는 슬로건과 어젠다 등에는 통하지 않는다.
슬로건은 각 후보와 정당이 추구하는 바를 짧은 문구로 표현하는 것이다. 대중 행동의 조작(操作)을 위한 선전 문구인 셈이다. 문 후보의 ‘나라를 나라답게’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국민이 이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노동이 당당한 나라’ 등은 이슈 파이팅 요소가 아니다.
‘국민 대 비국민’ 등으로 찬반을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슈파이팅과 슬로건 등의 결정적 차이는 찬반 여부다. 이슈 파이팅은 찬반이 명확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의 행정수도 이전, 이명박 정부 때의 한반도 대운하 등이 대표적인 이슈파이팅 공약이다.
국보법과 주적, 사드의 한반도 배치, 북한인권결의안 등은 찬반이 명확하다. 보수와 진보가 확연히 갈린다. 범보수진영의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2차 토론 내내 안보 이슈로 ‘문재인 때리기’에 나섰던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5·9 장미 대선의 승부처는 프레임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