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변호인단 질문에 말막힌 특검...대가성 입증 가능할까

2017-04-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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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더블루K 출연 거절하지 않았나"...특검팀, "삼성 재단 출연 강압 아닌 대가성"

이 부회장 변호인 "KT가 미르·K스포츠재단엔 출연금 왜 냈나?" 질문에 특검팀 묵묵부답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 제공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61)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뇌물 여부를 둘러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의 논리에 답을 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에서 SK와 KT그룹의 사례를 들며 "이들 기업은 삼성과 달리 여러 검증 과정을 거쳐서 더블루K 지원을 거절했다"며 삼성 측 변호인단을 압박했다.
그러자 이 부회장 측은 KT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사실을 들며 "KT가 합리적으로 검증하고 따졌으면 왜 미르·K스포츠재단엔 출연했나"라고 반박하자 특검팀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 4인이 출석한 이날 공판에서 특검은 KT 황창규 회장과 김인회 비서실장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청와대에서 얼마나 관여됐는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대응이 크게 달라진다"면서 주변 정황과 액수, 부담능력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삼성의 금액은 KT의 11배가 넘는다. KT도 큰 회사이긴 하지만 사회공헌 비용의 규모 자체가 다르고 부담 능력도 큰 차이가 있다"면서 "삼성은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서 전지훈련을 지원할 명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삼성 변호인단의 이 같은 주장에 특검팀이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 동안의 수사과정에 논란을 야기한다.

예단과 추측에 앞선 수사와 공소장에 구체적인 사실보다는 정황상 판단을 내세운 점도 그러하다.

이 부회장 측은 뇌물죄와 관련해 대가성이 없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해왔다. 

박 전 대통령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훈련비를 지원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추후 이 같은 일이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지원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최순실씨 등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한 공소장에는 삼성 뇌물죄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상당히 불명확하게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리한 전제와 추론에 입각한 부분이 많다는 의견을 낸 법조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앞서 진행된 공판에서도 "공소장에서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을 세 차례 독대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라고 기재한 횟수만 여러 차례"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검사는 입증책임이 있는 형사재판에선 피고인의 혐의에 어떠한 합리적 의심도 들지 않을 만큼의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여론에 편승한 무리한 기소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검은 정작 본격적인 공판에서 범죄사실을 입증할만 한 결정적 증거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박영수 특검이 언론을 통해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당당히 밝힌 주장과는 괴리감이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짜 맞추기식 수사가 아닌 명확한 근거를 갖고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검의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의 기업 중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 제공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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