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울산 정하균 기자 = 투명하고 유연한 전극 소재인 '은 나노와이어(silver nanowire)'의 상용화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UNIST(총장 정무영)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고현협 교수팀이 미국 듀크대의 스테픈 크래익 교수팀과 공동으로 대면적으로 교차 정렬된 은 나노와이어 투명전극으로 이뤄진 '플렉시블 역학변색형 압력감지 터치스크린'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플렉시블 역학변색형 압력감지 터치스크린은 대면적으로 교차 정렬된 은 나노와이어 기반의 투명전극과 힘을 받으면 색깔이 변하는 역학변색형 고분자를 결합한 구조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은 나노와이어는 단면 지름이 나노미터(㎚) 단위인 아주 작은 선(線)이다. 이 물질은 유연하면서 전도성이 뛰어나 투명전극의 재료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은 나노와이어를 제어하기가 까다로워 대면적으로 균일한(uniform) 필름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고현협 교수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계 인쇄 공정에서 널리 이용되는 '바 코팅 방법'으로 은 나노와이어를 규칙적으로 교차 정렬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만든 가로세로 각 20cm인 대면적 은 나노와이어 기반 투명전극은 전기가 잘 통하고 투명하며,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조승세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기존 기술은 나노와이어 투명전극 제조법은 무질서하고 불균일한 필름을 만드는 데 그쳤고 대면적화도 어려웠다"며 "이번 기술은 상용화된 바 코팅 기술을 응용해 대면적 은 나노와이어 필름을 쉽고 빠르게 제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학변색형 고분자는 사용자가 누르는 힘을 감지해 색깔 진하기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터치스크린에 적용하면 기존 저항막 방식의 터치스크린이 위치만 표시하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사용자가 터치스크린을 누르는 강도에 따라 변하는 색깔 진하기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누른 위치와 강도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 제1저자인 강세원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박사과정 연구원은 "사람이 터치스크린에 글씨를 쓸 때 누르는 접촉강도를 정밀하게 인식해 사람마다 다른 필기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며 "3차원 압력 감지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기계-사람 간 인터페이스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현협 교수는 "바 코팅에 기반한 대면적 은 나노와이어 정렬 기술은 산업계에서 겪고 있는 은 나노와이어 투명전극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한 만큼 상용화를 앞당길 원천기술이 될 것"이라며 "누르는 힘과 위치를 동시에 인식하는 3차원 터치스크린 개발은 중요한 미래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나노공학 분야의 세계적 국제 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 수행은 미래부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도약과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나노 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 바이오닉암 메카트로닉스 융합기술개발사업, 산자부 산업소재핵심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