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CIA 한반도 분석관 수미 테리 세미나에서 전망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수미 테리 바우어그룹아시아 이사는 13일(현지시간)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미국이 세컨더리 제재(secondary sanction)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한반도 선임분석관을 지낸 수미 테리 이사는 이날 뉴저지 주 포트리에서 코참(KOCHAM·미 한국상공회의소)이 개최한 '트럼프 정부의 동아시아 외교 및 통상정책' 세미나에서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중국을 힘들게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미국 정치권에 형성돼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세컨더리 제재는 제재대상국의 기관이나 기업을 직접 제재하는 것을 넘어 제재대상국과 거래하는 3국의 기관이나 기업을 제재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2005년에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하는 세컨더리 제재를 함으로써 다른 은행에도 북한과의 거래를 꺼리도록 유도한 적이 있다.
수미 테리 이사는 "미국이 1년 전부터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하게 하고 있지만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중국이 강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미국 정치권이 이런 판단에 따라 세컨더리 제재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는 등 미국의 제재를 어기는 중국 기업을 강하게 옥죌 경우에만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데 공화당은 물론 야당인 민주당도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언젠가는 할 것이라면서 미국과 북한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당장은 없을 것으로 봤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의 위험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과 북한이 제각각 잘못 계산할 수 있다면서 무력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방향이 확실히 서지 않고 갈팡질팡하는 것도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하는 요인으로 들었다.
수미테리 이사는 한국이 북한 리스크와 함께 한·미동맹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어 힘든 시기라고 진단했다.
한·미동맹 리스크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이 흔들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수미테리 이사는 "한국과 미국이 같은 시각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현재 한국의 대통령 선거 판세를 고려하면 양국의 정책이 아주 나르게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미나에 같이 참석한 찰스 프리먼 바우어그룹아시아 관리이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과거 정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무역정책을 만드는 팀이 자유무역 찬성파와 보호주의자로 나뉘어 있다면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한 것은 자유무역 찬성파의 영향력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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