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P-플랜'에 무게…계약 취소·시중은행 충당금 부담↑

2017-04-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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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실무진 세번째 만남에도 이견 못 좁혀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 방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차선책인 'P-플랜' 돌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우조선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역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P-플랜이 진행될 경우 '빌더스 디폴트(선박 건조계약 취소·Builder's default)' 등에 따른 수 조원의 손실과 시중은행의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이 예상된다.

◇ P-플랜 유력…해양플랜트 손실 예상

11일 채권단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이날 오후 전주에 내려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들을 만나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 문제를 논의했다.

산은과 회계법인이 제공한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해온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을 직접 실사해 채무 재조정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 재조정 결정을 3개월 미루자는 제안도 했다. 하지만 산은은 상황이 급박하다는 이유로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산은과 국민연금은 몇 번의 논의를 거치고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전날 열린 설명회에서도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사채권자집회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P-플랜이 오르내리는 이유다.

대우조선이 P-플랜 절차를 밟게 되면 총 8척의 선박이 발주 취소(빌더스 디폴트)될 것으로 보인다. 파산 위기에 처한 유전개발업체 시드릴이 발주한 드릴십 2척과 인도 대금 협상이 진행 중인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 2척이 포함됐다. 시드릴과 소난골에 묶여 있는 인도 대금은 각각 1조원 규모다. 전체 계약금액의 8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만약 빌더스 디폴트가 발생하게 되면 대우조선은 총 2조원을 날리게 된다.

발주 취소된 선박의 경우, 다른 곳에 매각하는 방법이 있지만 국제유가가 언제 오를지 알 수 없어 원유시추선 등 해양플랜트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 초기 선박들 역시 건조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8척 외에는 빌더스 디폴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또 해양플랜트와 달리 상선은 실수요자들이 발주했기 때문에 건조 중단 요구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산은 관계자는 "관련조항이 있는 총 96척의 선박과 해양플랜트 중 8척에 빌더스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나머지 선박은 건조자금을 적기에 지원받으면 계약일자 내 인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시중은행도 추가 충당금 적립 불가피

대우조선 P-플랜은 시중은행의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5개 시중은행들은 이번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 방안에서 무담보대출의 8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는 5년간 만기를 유예한 뒤 분할상환하는 내용을 요구받았다. 이미 충당금을 50% 이상 쌓은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적립률이 한참 모자란 상태다.

출자전환만으로 6000억원이 넘는 충당금 적립이 예상되는 가운데 P-플랜이 개시되면 부담은 배 이상 커지게 되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가장 많은 하나금융은 4989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금환급보증(RG)이 대부분인 농협은행을 빼면 하나금융의 익스포저가 최대다. 이는 자율적 구조조정이 성사됐을 때의 예상 적립 충당금(3427억원)보다 1500억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KB금융은 P-플랜 시 당초 예상보다 3배가량 많은 275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충당금은 순이익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되는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은 19억원에서 429억원으로 400억원 이상, 신한지주는 127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특히 신한지주는 자율적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되면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었던 터라 예기치 못한 손실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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