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경영을 전혀 모르던 의사가 창업하니 회사가 제대로 될 리가 있겠습니까? 2년 정도 매달 은행에 돈 꾸러 다녔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11일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자신의 경험담을 적절히 섞어가며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어음깡 하는 게 제 일이었다"면서 "2년 정도 지나 대기업과 큰 계약을 맺었는데 바로 외환위기가 불어닥쳐서 대기업이 망했고, 한 푼도 못 받았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안 후보는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민간과 기업이라고 규정했다. "반기업 정서는 실체가 없다", "규제프리존법은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라는 발언을 내놓으며 친기업적 태도도 보였다. 이날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특히 그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 대기업의 역할은 지금 거의 없다. 통계를 보면 지난 5년간 줄어드는 추세"라며 "중소·벤처기업이 열심히 노력해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갈 때 양질의 일자리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이어 국책연구소를 중소기업 전용 연구·개발(R&D)센터로 개편하는 방안, '청년고용보장제' 도입 등 자신의 공약을 차례로 설명했다. 청년고용보장제는 기존의 예산을 재조정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임금을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자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기업 분할 권한, 임기 연장 등 공정위의 권한과 위원들의 독립성은 강화하되 모든 회의록 전체 공개 등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22년 전 창업했을 때와 비교하니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꼭 개혁해야 한다"면서 쓴소리를 했다.
이날 오후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와의 정책협약식에서도 그는 "컴퓨터도 잘 못 다루는 사람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면서 "지도자 역량이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통령을 경험하라고 시키느냐"며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왔던 업적, 능력을 보고 국가를 위해서 그 능력을 당장 증명하라는 자리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유경험자로서 기업 정책에 있어 유능함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문제는 안 후보의 이런 정책 행보보다 주목받는 것이 딸 재산공개 비공개 의혹, 카이스트 임용 및 조직폭력배 동원 의혹 등이라는 점이다.
안 후보는 딸 설희씨의 재산 의혹과 관련해 "후보 등록 때 공개하려고 준비를 다 해놓았다"면서 정면 대응 방침을 피력했다.
이후 국민의당은 이날 별도 브리핑을 통해 딸 재산 내역에 대해 공개하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더 이상 네거티브 흑색선전의 검은 장막 뒤에 숨지 말고, 이제라도 당장 정책과 비전 경쟁 무대에 나오라"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