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발표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이 외국인 수급 부진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올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가운데 조세회피처에서 들어온 '핫머니' 성격의 자금이 상당하다. 이런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면 국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나흘 동안 내리 매도 우위를 보이며 2241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입에 나섰지만 최근 들어 매수 강도가 급격히 둔화하는 양상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첫째 주(27~3일) 4922억원 순매수를 보인 데 이어 둘째 주(6~10일) 1조810억원, 셋째 주(13~17일) 2조5198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그러나 넷째 주(20~24일) 순매수 규모는 1452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주(27~31일)는 1104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이번 주에는 아예 순매도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번 달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의 변동 폭이 단기간에 확대된 게 외국인이 매도우위로 돌아선 배경으로 지목된다.
오는 16일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와 미·중 환율 분쟁 가능성, 미국 정치 불확실성 확대, 프랑스 대선 등의 주요 정치일정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아직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사상최대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외국인 수급 부진도 일시적인 것으로 평가돼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핵, 금리인상, 가계부채 등 잠재된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적 문제로 대두하면 외국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올해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 자금의 상당 부분이 핫머니 성격을 띠고 있어 이런 우려가 크다.
올해 1~2월 두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 투자자들은 6580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국내 최대 외국인 투자자인 미국(3조2100억원)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역시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아일랜드(4400억원), 룩셈부르크(3040억원), 버뮤다(2040억원)지역투자자들도 순매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