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관련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대우조선 노조는 이날 전 직원 임금 10% 추가 반납 등을 사측과 합의했다. 교섭 잠정 중단, 수주활동 적극 지원, 노사확약서 승계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 측은 "이번 합의에는 생산직을 포함한 전 직원 임금 추가 반납으로 고통 분담에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며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위해 무분규 조건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출자전환 및 영구채 매입의 방식으로 총 2조8000억원의 자본 확충을 지원할 때와 다른 분위기다. 회사의 절박한 상황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여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 것이다.
수은은 관련법에 따라 법률에 의한 구조조정이 아니면 출자를 할 수 없어, 금리 3%의 영구채 매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를 두고 시중은행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금리를 똑같이 1%로 낮출 것을 주장했다.
출자전환 시 보통주 대신 의결권이 없는 상환전환우선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법상 은행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한 조치다.
시중은행이 대우조선에 지원하는 선수금환급보증(RG)은 산은이 우선 보증서를 발급하고 시중은행이 복보증을 선다. 선주에게 선수금을 물어줘야 하는 RG콜이 발생하면, 시중은행이 정해진 비율에 따라 부담한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시중은행 합의서를 받고, 다음 주부터는 사채권자를 상대로 한 설득 작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채권자 설득 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대우조선의 '자율적 구조조정' 열쇠를 쥔 국민연금이 전날 개최한 투자위원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이 처한 재무상태와 기업계속성 등에 의구심이 있어 현재 상태로는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다음 주말로 최종 결론 시일을 미뤘다.
사채권자 집회가 오는 17~18일로 예정돼 있고, 다른 소액·개인 사채권자들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과 방향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와 채권단이 해법이 더욱 중요해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제16차 판테크 데모데이 참석에 앞선 자리에서 "대우조선 구조조정 절차와 과정, 방법에는 흔들림 없이 정해져 있는 과정을 반드시 갈 것"이라며 "채무 재조정 실패에 대비한 P플랜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고 말했다.
다만 "대우조선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어떤 정상화 목표가 있는지 등이 다 제시됐기 때문에 사채권자는 어떤 선택이 경제적 실익이 클지 스스로 판단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기관투자자들의 현명한 판단도 바랐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최종구 수은 행장,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오는 10일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 등 32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대우조선의 정상화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