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의 배터리 공급사로 한·중·일 3국의 대표적인 배터리 생산업체를 모두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배터리 공급사는 기존 두 곳에서 세 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S8과 S플러스(+)에 탑재될 배터리는 삼성전자의 계열사인 삼성SDI를 주축으로 중국 ATL(암페렉스 테크놀로지), 일본 무라타제작소(소니 배터리 공급사)가 함께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까지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로 인해 ATL을 배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배터리 공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삼성전자는 ATL과 협력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라타제작소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삼성전자는 ‘노트7 사태’에 대해 협력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해왔다.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공급처 다변화를 통한 위험 분산 △삼성전자와 ATL과의 상호보완성 △중국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 등을 꼽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트7 사태 당시 기존 두 곳의 배터리 공급사에 원인이 있음을 파악했지만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업체가 없어 결국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어마어마한 손실을 떠안았다.
때문에 차기작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삼성SDI와 중국 ATL, 소니, LG화학 등 세계적인 배터리 생산업체들을 두고 최근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성전자는 기존 두 곳에 무라타제작소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공급처를 늘리며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또 삼성전자와 ATL은 그동안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ATL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 PC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기어S3’에도 ATL의 제품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서도 ATL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미국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완충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배터리 공급사를 기존 두 곳에서 세 곳으로 확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라며 “돌다리도 두드려 보며 건너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위험회피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