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장'서 나 모르면 간첩…"하루 18시간, 20년 달렸더니 '보험왕' 됐어요"

2017-04-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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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연순 설계사 ]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영업에는 왕도가 없어요. 하루 18시간, 20년을 한결같이 일했더니 (사람들이) 저보고 '보험왕'이래요." KB손해보험 '2017 골드멤버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정연순 설계사(59·사진)의 말이다.

성공 노하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성공의 비밀 같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꾸준함이 답이라는 얘기다.

그는 설계사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보험왕에 올랐다. 그가 지난해에 달성한 매출은 42억원, 관리 고객만 4000명이 넘는다. 서울 동대문 의류시장, 마장동 우시장 등 주요 시장의 개척영업 1인자로 꼽힌다.

정 설계사는 사업을 하던 친척의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빚더미에 올랐다. 보험을 접하게 된 계기다. 

그는 "지인 영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막연하게 돈이 많은 시장 같은 곳을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초반에는 용기가 없어서 보험은 말도 못 꺼내고 매일 새벽 신문과 야쿠르트를 돌리면서 상인들의 얼굴을 익혔다"고 말했다.

1997년 동대문 두타쇼핑몰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새벽 2시부터 신문 200부를 돌린 사연은 유명하다. 이듬해엔 마장동으로 옮겨 새벽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6년 동안 날마다 야쿠르트 500개를 배달했다.

초반에는 상인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가족이 걱정할까봐 집에도 못 가고 노래방에 가서 1시간 동안 울다 나온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악바리 정신에 상인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개척영업을 하러 이곳에 들어오는 설계사의 99%가 한 달 안에 포기해요. 우시장 특유의 냄새와 칼을 다루는 상인들의 거친(?) 성격 때문이죠. 그런데 30대 여자가 6년 동안 같은 시간대에 신문, 야쿠르트 같은 것을 돌리니까 의아했겠죠. 정드는 데 6년이 걸렸지만 한 번 마음을 트면 그만큼 오래갑니다." 

현재 약 6000개 점포가 있는 마장동 우시장 상인들의 대부분이 정 설계사에게 보험을 맡기고 있다. 그의 수첩에는 10년 이상 장기보험 고객 명단 2000명이 빼곡하다.

그는 "날마다 5시간 이상 시장을 돌다보니 그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고민이 무엇인지 다 알 수 있을 정도"라며 "우시장 특성상 특히 상해 및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등의 보장 상품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지만 그는 한결같다. 때문에 자동차건 사람이건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정 설계사는 "자동차 구입부터 폐차까지 전 과정을 문의하는 고객도 많고, 병원 보상 청구도 고객센터보다 제가 더 편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하루 8시간 이상을 고객과 얘기하다보니 그의 목소리는 365일 쉬어 있다.

 

[사진=매출대상을 수상한 정연순 씨(좌측 세번째)가 KB손해보험 양종희 사장(가운데)과 함께 수상 직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B손보 제공]


그는 하루 15시간 이상 일한다. 지금도 새벽 5시에 출근해 고객증권분석, 시장 방문, 고객상담 등이 끝나는 오후 11시가 넘어야 퇴근한다. 그는 "보험영업을 잘하려면 먼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나를 믿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보험상식은 물론 자동차·의료 상식 등 고객들이 궁금해 하는 건 전부 공부했다. 그는 "자동차 구매부터 폐차까지 전 과정을 꿰고 있다보니 사무실보다 공업소에 있는 날이 더 많을 정도"며 “자동차보험의 경우 교통사고가 나면 고객의 몸을 나에게 맡기는 건 데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장기보험의 경우에도 "직업, 성격, 습관, 가정상황 등 가입자가 처한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 사람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상품이 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초반에 관리한 고객들을 다시 분석하고 있다. 자신을 믿고 맡겨준 20년 전의 고객들이 이제 나이가 들어 보상을 청구할 시점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청구시점이 된 고객들이 가입한 담보를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초창기 때 설계한 상품에 대한 보완점을 찾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필요한 부분은 갱신하고, 없앨 건 없애는 작업을 통해 보험도, 나도 발전한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AI 보험설계사 등장 등 설계사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이 많지만 기계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설계사도 전문직이기 때문에 보험 상식은 물론 '가정의'가 된다는 생각으로 의료 상식도 많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건강관리를 위해 매주 등산과 운동도 시작했다. 그는 "보험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고객과 함께 가는 것"이라며 "내가 맡은 계약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고객들보다 하루 더 살고 싶은 게 소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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