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구체제와의 결별·적폐 청산의 시작

2017-04-0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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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이끌어온 기득권 세력 구체제· '박정희 시대' 종언…공정사회·민주주의 새출발

박 전 대통령, 재판 과정에서 10% 친박 지지층에 기댈 듯…보수재결집 가능성 적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31일 오전 검찰 차량에 타고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한국 사회는 구체제(앙시앙레짐)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박근혜의 비극적 몰락은 법치주의에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음을 확인시키며, 해방 이후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수구·기득권 체제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다. 특히 박근혜라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답습된 ‘박정희 패러다임’의 종언을 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산업화 세대의 박정희 향수,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지역감정, 강력한 반공정서 등에 힘입어 정계에 진출해 보수 진영의 중심에 있었으며, 헌정 사상 최초 여성 대통령, 부녀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가 정치에 뛰어든 목적이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라는 말처럼 그는 박정희 시대 패러다임을 정치와 국정에 투영하며 민주주의 역사를 퇴행시켜왔다.

세월호 참사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갖가지 공작과 함께 역사교과서 국정화, 12·2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합의, 개성공단 폐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파괴한 세력을 심판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다. 주권자의 지위를 회복해 형식적 민주주의를 실질적 민주주의로 전환하겠다는 자기 결단적 행위였다.

법적·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한 대통령을 국회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판결이라는 정당한 법절차를 통해 권좌에서 끌어내렸으며, 검찰 수사와 사법 처리로 이어지는 무혈혁명, 명예혁명을 마침내 이뤄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박근혜 구속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과 국민 갈등을 우려하며 보수 재결집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이 역시 기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순실 게이트', '탄핵 사태'로 불거진 광장에서의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대결 양상은 세대나 보혁 갈등이 아니라 '5070세대의 분열'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산하 한국민주주의연구소가 2일 공개한 보고서 '촛불, 태극기, 그리고 5070세대 공감'에서 사회학 박사 최종숙 연구원은 일명 '태극기집회'로 불리는 친박(친박근혜) 성향 집회 참가자 대다수가 5070세대인 탓에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세대 갈등으로 보는 여론과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너무 단순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촛불집회에 진보뿐 아니라 중도·보수도 참여한 것처럼, 태극기집회도 딱히 보수주의자들의 결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안의 사실관계보다는 전쟁 경험이 낳은 '공포'나 박정희 시대에 자신이 산업화 역군으로 조국 근대화에 이바지했다는 '향수' 등 감정과 신념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이 색깔론을 이용한 태극기 집회 주최 측에 동의하며 태극기를 들었다고 보고서는 풀이했다.

최 연구원은 "5070세대마저 촛불을 든 이유를 찾으라면, 그것은 '상식'을 어긴 데 대한 '단죄'이자 법치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염원"이라고 촌평했다.

이념보다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기득권으로 뭉쳤던 보수는 당분간 ‘결집’을 이뤄낼 명분도 없고, 동력도 부족하다는 게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도 과오를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을 따르는 10% 안팎의 보수에 기댈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세력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제 민심은 앙시앙레짐을 전면적으로 대체할 새로운 시대의 틀을 요구하고 있다.

성숙한 민주주의 발전과 공정한 사회를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가 손잡고, 정당 간 협력과 협치를 통해 근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 정치권은 국가 개조를 위한 개혁과제를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책무를 나눠 져야 하며 외교안보 위기, 어려운 경제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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