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이내창 의문사 추적..동행한 당시 안기부 여직원,갑자기 울먹여

2017-03-25 00:00
  • 글자크기 설정

SBS '그것이 알고싶다’ [사진: SBS 제공]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25일 방송될 SBS '그것이 알고싶다’ 1069회에선 고 이내창 씨 의문사를 추적한다.

지난 1989년 8월 15일 거문도 유림해변. ‘그날’은 평화로운 휴가지를 찾은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겼다. 밀물 때에 맞춰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유림해변을 찾은 이들 눈앞에 떠오른 것은 한 남성의 시신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시신을 인양한 주민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인터뷰에서 “라면 끓여먹고 있는데 관광객 아주머니들 두 분이 오시드만 하시는 말씀이 ‘뭔 시체가 있다’고 그래요. 이건 100% 죽을 위치가 아니거든요. 물 거의 이 정도(무릎높이) 밖에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남성이 떠오른 곳은 수심이 얕아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자주 찾던 곳이었다. 성인 남성이 빠질만한 깊이가 아닌 곳에서 떠오른 의문의 변사체. 그는 중앙대학교 총학생회장 이내창(당시 27세)씨였다.

故 이내창 씨 형 이내석 씨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인터뷰에서 “밤늦게 어머님께 전화가 왔어요. 막내가 거문도라는 섬에 가서 잘못 됐단다. 어떻게 하냐? 무슨 소리에요? 왜 거길 갔어요?”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비보였다. 경찰 수사 결과 사인은 ‘익사’였다. ‘학내 문제로 평소 고민을 앓던 이씨가 스스로 거문도를 찾아가 바위 사이를 이동하다가 실족사 했을 것이다‘라는 것이 경찰의 최종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씨 주변의 지인들은 그에게는 경찰의 설명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가족과 학우들 중 어느 누구도 이내창 씨의 거문도행에 대해서 알지 못했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고 예정된 계획도 없이 이씨는 혼자서 거문도를 찾아간 것이다. 그는 왜 거문도행 배에 오른걸까?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당시 수사기록을 토대로 거문도 내에서 이씨를 목격한 마을 주민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이씨를 기억하는 이들의 증언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목격자들은 그가 분명 혼자가 아니라고 했다.

이내창 씨를 목격한 다방종업원 최씨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인터뷰에서 “이씨랑 여자 한명이 같이 와서 콜라랑 환타를 주문했어요. 무슨 일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더라고요. 아 남자 한명은 밖에서 기다렸어요”라고 말했다.

다방 종업원 최씨의 목격담 외에도 이씨와 한 쌍의 남녀를 태운 나룻배 선장 역시 이들을 일행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이씨와 동행한 낯선 사람들. 그들은 누구일까?

확인 결과 이씨와 함께 목격된 남녀 중 여성(도씨)이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인천지부 소속의 직원으로 밝혀졌다.

안기부 직원 도씨는 자신은 휴가를 맞아 남자친구 백씨와 함께 거문도에 거주하는 백씨 친구의 집을 방문했던 것일 뿐이며, 이내창 씨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본인의 알리바이라고 제시했다. 대학 총학생회장의 낯선 방문과 안기부 직원의 수상한 동행. 이것은 단지 우연인걸까?

이내창 씨 학교 총학생회 후배는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결정적인 증거들이 다 사라집니다. (목격자 진술을) 녹음 했던 녹취파일이 지워지고 우리가 카피를 해서 보관하고 있었던 승선신고서도 사라지고”라고 말했다.

더욱 이상한 것은 도씨의 신원이 밝혀지면서 부터였다. 이씨를 목격한 사람들에 대한 경찰 조사가 반복되면서 목격자들이 진술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목격자들의 진술번복이 시작되면서 용의자로 지목됐던 안기부 직원 도씨와 그의 친구들은 풀려났고 사건은 수많은 질문들만 남긴 채 그렇게 28년이 지났다.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는 “애초부터 이 수사가 편향된 방향으로. 과연 이 수사의 목적은 무엇이냐?”고 말했다.

이내창 학교 후배는 “동행자로 지목 됐었던 사람들이 안기부 직원들이었으니까. 이해가 안 가는 상황들이 이제 벌어지기 시작한 거죠”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28년 전의 수사기록을 토대로 그 당시 이내창 씨의 죽음에 가장 가까이 있었을 이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28년이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들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해 보였다.

28년 만에 다시 만난 목격자. 다방종업원 최씨는 제작진의 질문에 어렵게 입을 뗐다. 당시 진술을 결국에 번복했던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씨를 목격한 다방종업원 최씨는 “이 여자(도씨) 봤냐고 물어보기에 봤다고 그랬더니
이 여자를 봤단 말 하지 말라고 했어요. 같이 왔었단 이야길 하지 말고 이내창 씨 혼자 왔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라고 했었어요“라고 말했다.

누군가 진술번복을 종용했던 것이다. 최씨가 목격한 사실을 덮어야했을 사람. 그들은 누구였을까?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안기부 직원 도씨와 그의 친구들을 수소문 끝에 찾아갔다. ‘그날’에 대한 그들의 기억은 어떻게 남아있을까?

또 다시, 28년 만에 제작진과 마주한 안기부 직원 도씨는 상세하게 그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잇던 도씨는 그런데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도씨가 보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번 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거문도를 찾아가 사망에 이른 중앙대학교 총학생회장 故 이내창 씨의 죽음에 얽힌 의혹들에 대해, 현재의 법의학, 범죄심리학, 해양물리학 등의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풀어본다.

이씨의 죽음이 통일을 염원하던 어느 미술학도의 극단적 선택이었을지, 제3의 인물이 개입된 사건이었을지에 관한 질문의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나아가, 이내창 씨의 죽음과 같이 해답을 찾지 못한 숱한 ‘의문사’들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25일 오후 11시 5분에 방송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