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꾼다, 조직·예상 대폭축소(종합)

2017-03-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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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임상혁 전무, 권태신 부회장, 허창수 회장, 배상근 전무 등 전경련 임원들이 24일 전경련회관 오키드룸에서 혁신안 발표에 앞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전경련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설립 50년만에 현 이름을 버리고 ‘한국기업연합회(이하 한기련)’으로 재탄생한다.

전경련 해체론을 촉발시켰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모금 등과 같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사회본부와 사회협력회계를 폐지한다.
또한 회장단 회의도 없애고 투명한 조직 운영을 위해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경영이사회’를 신설한다. 새로 출범하는 한기련 조직과 예산은 기존 전경련에서 40%를 축소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24일 회장단 회의-혁신위원회 연석회의를 오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전경련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은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강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전경련은 앞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단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국은 회원사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단체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 날 1968년 3월부터 50년 간 사용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경제인(회장)’ 중심의 협의체에서 ‘기업’이 중심이 되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다. 한글 명칭은 바뀌지만 영문 명칭인 ‘FKI’는 조직의 영속성을 위해 그대로 사용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명칭 변경에 대해 대기업 위주의 모임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중견·중소기업 회원사들도 함께하는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임을 강조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961년부터 중요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해왔던 회장단회의는 이 날 회의를 끝으로 폐지된다. 앞으로 전경련의 중요 의사결정은 신설되는 경영이사회에서 이뤄진다. 경영이사회는 기존 오너 중심 회의체 성격을 탈피해 주요 회원사 전문경영인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경영이사회는 전경련 주요 정책방향과 의사결정을 하고 조직 업무방향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다”면서 “멤버는 20여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회장단 기업들 가운데 전경련 업무에 관여를 많이 했고 관심 큰 회원사들이 선정하신 분들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너 일가는 참여하지 않고, 전원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다. 권 부회장은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업무는 분과위원회를 통해 진행하고, 일반적인 행정과 재정적인 문제는 경영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이를 통해 사무국이 독단적으로 일하는 것을 방지하고 견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또 경제단체로서 회원사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창구로 이사회 산하에 경제정책위원회 등 분과별 위원회․협의회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최근 문제가 불거진 사회본부를 폐지하는 등 조직은 대폭 축소한다. 기존 7본부 체제를 커뮤니케이션본부, 사업지원실, 국제협력실 등 1본부 2실 체제로 바꾼다. 앞으로 한기련은 주로 위원회·협의회 등을 통한 소통 기능과 한미재계회의 등 민간경제외교 역할에만 집중한다. 이에 따라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감축해, 강도 높은 혁신을 단행한다.

기존 경제·산업본부의 정책연구기능은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으로 이관. 한경연의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한다. 한경연은 기업 정책 연구 뿐 아니라 연구의 외연을 넓혀 저출산, 4차 산업혁명 등 국가적 어젠다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적받았던 사회협력회계를 폐지하기로 했다. 배상근 전경련 혁신총괄전무는 “향후 제2의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가 재발할 수 있는 고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당한 요청에 따른 협찬과 모금활동에 일체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또 전경련은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활동내역과 재무현황 등을 홈페이지에 연 2회 공개해 공익법인에 준하는 수준으로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전문기관 컨설팅과 수 개월간 진행된 회원사,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거쳐 혁신위원회에서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라며, “앞으로 국민과 회원사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경련 구성원 모두가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혁신을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원회에 참여했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경련의 필요성에 대해 “전경련은 그간 한국 경제의 도약에 기여하고, 정부와 산업계 간의 소통창구 및 민간 경제외교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평가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이번 혁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경련 임직원들이 한국경제를 위해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존재 이유와 역할을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한국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조직으로 새로 태어나는 동시에, 미래산업, 양극화, 동반성장 같은 사회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등 국민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전경련 혁신위원회는 혁신의 세부내용 마련을 위해 향후에도 수시 개최될 계획이라고 전경련은 밝혔다. 또 이번에 발표한 전경련 혁신안은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와 총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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