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단 29자에 그쳤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5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문 현관 앞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6초 남짓한 짤막한 메시지만 밝힌 뒤 곧바로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파면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육성으로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차에서 내렸을 때 잠시 미소를 지은 것 말곤 박 전 대통령은 내내 담담한 표정이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이날 포토라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결백을 호소하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일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원론적인 입장만을 짧게 밝힌 데 그친 것은 곧 시작될 피의자 신문을 앞두고 굳이 검찰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서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소명하기보다는 '장외 여론전으로 지지자 결집을 시도한다'는 비판적 여론 역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여전히 검찰 수사에 불편함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다. 복장도 박 전 대통령이 '강한 메시지'를 내놓을 때 입던 짙은 남색 코트에 바지 차림이었다. 사저 복귀 때와 같은 옷차림으로 사실상 헌재 파면 불복 입장을 견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불필요한 비판 여론을 자초하지 않게 상당히 심사숙고해서 코멘트를 뽑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금까지의 박 전 대통령 태도를 봤을 때 조사실에서는 강경한 부인 입장으로 나갈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 앞에서 뭔가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은 실망감을 토로했다.
누리꾼들은 "국민화합을 위한 메시지는 아무리 기다려도 해주지 않는군요. 끝까지 자기편이 싸워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서 씁쓸하네요"(다음 아이디 '송구리'), "이제라도 모든 걸 밝히시고 용서를 구하세요. 그게 국민을 마지막으로 배려하는 것입니다"(네이버 아이디 'ys98****')라는 비판글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