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가경(嘉慶) 병진년(1796) 겨울에 내가 규장각 교서로 있었는데, 임금(정조)께서 몰래 명하시기를 '운서는 책을 펴서 문득 상서롭지 않으면 모름지기 밀어내야 한다'고 하셨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이 붉은 글씨로 첨삭한 쓴 운서(韻書)인 '어정규장전운'(御定奎章全韻)이 일반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운서는 한시를 지을 때 필요한 운자(韻字)를 정리한 사전이다.
어정규장전운은 정조의 명령에 따라 이덕무가 편집했고 윤행임, 이가환, 유득공, 박제가 등이 교열해 1796년 펴낸 것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어정규장전운은 정조가 다산에게 준 것으로, 정약용은 이 책의 상단 여백에 붉은색 글자로 교열 의견을 적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측은 "다산의 아들인 '정학연'(丁學淵)의 이름이 새겨진 인장 등 5개의 장서인을 통해 이 책이 다산 가문에서 전해진 수택본(手澤本)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어정규장전운 외에도 1936년 정인보와 안재홍이 간행한 '여유당전서'의 저본이 된 '경세유표', 다산이 '맹자'의 내용 일부를 실용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맹자요의'등을 만날 수 있다. '현진자설', '산재냉화' 등 다산의 친필 작품도 눈길을 끈다.
김영호 석좌교수는 지난 2015년 서책 50종 166책, 시문·서화·문서 5종 23점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탁했다.
한편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전시에 앞서 17일부터 이틀간 다산학의 세계화를 위해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이 대회에선 다산의 학문·사상 연구성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측은 "다산은 서양의 학문을 수용해 주자 일변도의 유교사상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했다"며 "다산의 학문을 동서양 철학과 비교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