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헌정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퇴진하게 됐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지난 해 12월 9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후 92일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우선 박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을 숨기고 최씨의 사익추구를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행은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하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피청구인은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때마다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 기관의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청구인은 미르와 K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K 및 KD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씨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으며, 그 결과 피청구인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 범죄 혐의로 구속됐다"면서 "피청구인의 이러한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마땅한 의무인 헌법수호 의지조차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며 "탄핵소추사유와 관련한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파면 결정을 내렸다.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월 1200만원 수준의 연금과 비서관 3명, 운전기사 1명 지원 등의 혜택은 받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최소한의 경호·경비 등 안전과 관련된 예우는 받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만큼 조용히 삼성동 사저로 복귀해 검찰수사에 대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소한의 신변 정리와 사저 정비를 위해 하루 이틀 더 관저에 머무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헌재의 판결은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리고, 정경유착 등 오랜 적폐를 청산하며, 새로운 개혁과 시민주권시대를 염원하는 국민의 열망을 담아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헌정사적으로도 국회 탄핵과 헌재 탄핵 절차 등 법치 테두리 안에서 국민이 권력을 끌어내림으로써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로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헌재의 판결로 지난 석 달 간 이어져온 국정 공백과 국론분열의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개혁해나갈 모멘텀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대행은 “오늘 선고가 화합과 치유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정치권은 곧바로 ‘조기 대선’ 국면으로 돌입할 전망이다.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는 그 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한다'는 공직선거법 제35조에 따라 대선은 5월 9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